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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주차] 금주의 Thema 인문학+

2017-12-15 02:28 1,851

아우라의 붕괴 또는 예술의 해방...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한국인은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인구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는 4.22회로 세계 최고였다. 한국의 유별난 영화 사랑은 ‘여가시간이 부족하고 즐길 거리가 마땅치 않으며 지갑도 얇은’ 젊은 세대들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 1만원으로 2시간 안팎을 즐겁게 보내기에 영화관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순수예술보다 대중문화의 범주에 두는 까닭은 영화가 대중이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여가 행위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회화나 조각처럼 역사가 유구한 예술 형식과 영화를 같은 선상에 둘 수 없다는 전통적 예술 개념의 흔적이 남아있다. 물론 오늘날 영화 특유의 미학과 예술성을 부정하는 관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문화와 순수예술의 분류법은 매체적 특성에 따른 구분일 뿐 예술성의 우열을 가리는 잣대가 될 수 없다. 팝아트의 등장 이후 대중문화에서 영감을 얻는 미술가도 많아졌다.

유대계 독일인 철학자로서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영화 기술의 초창기에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이라는 짧은 논문을 통해 전통적인 예술 개념을 전복시키고 대중적 예술작품의 가치와 가능성을 예견했다.

벤야민은 먼저 사진 기술의 발달이 기존에 회화 예술이 지니고 있던 아우라(Aura)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아우라는 본래 기독교에서 순교자나 성인, 천사의 머리 위에 고리 모양으로 그려진 성스러운 표식을 말한다. 벤야민은 이를 원작 예술이 갖는 신비한 분위기나 예술의 유일성을 뜻하는 말로 활용했다. 누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지만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 앞에 유독 관람객이 북적대는 이유는 원작에서 발산되는 아우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적 복제가 가능한 예술 작품은 원작의 개념이 모호하므로 아우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벤야민은 이러한 기술복제시대의 대표적 예술 장르로 사진과 영화를 꼽았다. 그는 아우라 개념을 설명하면서 서구 예술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플라톤 이래 서구는 예술의 본질이 이데아로서의 자연을 모방(mimesis, 미메시스)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자연을 정교하게 투사하는 카메라와 영화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예술은 아우라를 잃었지만 대신 영원한 ‘자연의 아류’라는 속박에서 해방돼 새로운 성향의 미학 양식을 표출할 계기를 얻었다. 벤야민은 아우라가 지녔던 엄숙하고 기득권적인 소수의 제의(祭儀:공동체의 이해관계와 관련돼 역사성을 갖는 의식) 가치가 기술복제시대에서 전시 가치로 변화하며 예술의 대중성을 이끌었으며, 이것이 예술의 민주주의를 가져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벤야민은 프랑스 초기 영화 감독 아벨 강스를 인용해 “셰익스피어, 램브란트, 베토벤은 물론 모든 전설, 신화, 종교의 창시자, 모든 종교까지도 필름을 통해 부활할 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또 모든 영웅들이 영화의 문전에 몰려들고 있다”고 예언했다. 벤야민은 예술의 대중화를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정치 집단이 대중을 선동하는 도구로 대중문화를 악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벤야민의 미학 이론은 대중문화가 홍수를 이루는 한편 디지털 복제 기술이 훨씬 정교해진 21C에 들어서 더욱 활발하게 조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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