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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주차] 금주의 Thema 인문학+

2018-02-01 13:11 1,697


‘마지막 르네상스 맨’
움베르토 에코를 보내며


세계 최고의 인문학 지성으로 불린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가 지난 2월 19일 향년 84세의 나이로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에코는 기호학·미학·철학·역사·신학 등 인문학의 넓은 분야를 깊이 통찰한 시대의 지성이었다. 5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에코는 엄청난 독서량과 폭넓은 저술 활동으로 ‘지식계의 티라노사우루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후 최고의 르네상스 맨’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까지 능통한 언어의 천재였다. 기호학과 미학은 물론 미디어와 대중문화 분석, 컴퓨터,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와 같은 사회 비평,『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처럼 유머러스한 에세이,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의 실용서까지 넘나들었다. 80세가 넘어서도 이탈리아 신문과 잡지에 정기 칼럼을 기고했다.

에코를 슈퍼스타로 만든 것은 1980년 그가 펴낸 첫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이다. 전 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돼 5000만 부 이상 팔린 『장미의 이름』은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을 배경으로 독살 사건을 파헤치는 수도사들의 이야기를 추리 소설의 기법을 빌려 쓴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철저한 문헌 고증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의 경험주의 철학에 기호학 이론을 능수능란하게 접목해 20C의 고전소설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후 펴낸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도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인문학의 온갖 영역을 넘나들며 방대한 저술을 남긴 에코의 발자취를 약도로 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 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모나리자를 그린 사람’으로 축소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에코 스스로는 소설가로 유명해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나 자신을 진지한 철학자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주말에만 쓴다”고 말했다. 철학자로서 그의 사상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는 기호학과 해석에 관한 문제다. 기호학이란 어떠한 상징체계에 따라 의미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인가를 다루는 학문이다. 현대 기호학은 크게 두 갈래의 흐름으로 발전해왔다. 먼저 구조주의 언어학의 시조인 소쉬르에서 일반문법학 연구로 알려진 옐름슬레우, 파리 기호학파의 창시자 그레마스에 이르는 ‘생성 기호학’이 있다. 이 조류는 언어를 중심으로 의미가 생성되는 경로를 정교하게 추적한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철학적 기호론을 주창한 미국 철학자 퍼스의 이론을 이어받은 에코의 계열이다. 에코의 이론은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보다는 수신자에 의해 의미가 해석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었고 이는 ‘해석 기호학’이라고 불렸다. 프랑스 학자들이 중심이 된 생성 기호학은 ‘읽는 문화’에 관심을 두고 언어의 구조를 분석한다. 반면 에코의 해석 기호학은 중세 미술, 러시아 형식주의, 아방가르드 예술 등을 분석 틀로 삼으며 ‘보는 문화’에 중심을 뒀고 수신자가 ‘열린 해석’을 실현한다고 주장한다.

그레마스와 에코의 이론은 배타적으로 보이지만 기호의 생산과 소비라는 과정에 각각 토대를 두고 상호보완하는 관계다. 그러나 에코의 초기 저작 『열린 작품』이 1962년 출판됐을 당시만 해도 작품의 내적 구조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구조주의자들에게 ‘열린 해석’이란 납득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에코는 자신의 이론을 체계화하기 위해 다방면에 기호학을 활용했다.

에코는 기호를 “다른 무엇인가를 대신하는 모든 것”이라고 규정했다. 언어, 복식, 음식, 음악, 영화, 책 등 모든 문화 현상이 기호로 간주될 수 있다. 에코가 철학과 미학, 문학, 예술, 대중매체, 건축, 영화, 만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독특한 해석을 남긴 것은 기호학의 이러한 학제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기호학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기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대신할 수 있고 거짓말을 하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 에코는 열린 해석이 가능한 접점을 제시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했지만 수신자가 자의적인 열린 해석으로 텍스트를 파괴하는 것을 경계하며 자성하는 모습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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