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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주차] 금주의 Issue & 논술

2017-09-14 04:12 6,730


 


 

노인 빈곤의 원인과 해결방안

“공적연금 강화하고 맞춤형 일자리 늘려야”




◆ 이슈의 배경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아프리카 작가 마데우 함파테 바는 유네스코 연설에서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경륜과 지혜를 갖춘 노인을 원로(元老)로 대우하고 존중했다.


특히 한국 전통 사회의 경로사상은 유별난 데가 있을 정도였다. 조선 시대 조정은 자식들이 노인을 모시도록 법적으로 강제했다. 국가 차원에서 매년 9월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모아 양로연(養老宴)이라는 잔치를 베풀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살지만 반대로 노인은 고단한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유교적 윤리관에 따라 부모를 봉양했고 남다른 교육열로 자식들을 양육하느라 바빴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를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


이에 빠른 은퇴와 함께 평균 수명 증가로 긴 노후를 맞이하게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노인이 많아졌다. 사회 풍토가 변화하면서 자녀가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도 희미해졌다. 부양받기는커녕 성인이 다 되도록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러한 노인 빈곤 현상은 사회·경제적 균열로 이어진다. 젊어서 열심히 일했는데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온종일 폐휴지와 상자를 줍지 않으면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를 건강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자존감이 추락한 노인들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폭주노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복지 비용이 늘고 청년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담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은 사회적 비용을 늘리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며 심각한 세대 갈등까지 초래할 수 있다. 노인 빈곤의 실태와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 방안을 세워야 한다.

 

 

 

 

◆ 이슈의 논점


노인 2명 중 1명 빈곤 상태


지난 12월 20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6명 중 1명은 빈곤층으로 파악됐으며 특히 노인층에서 빈곤율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빈곤층이란 중위소득의 50%(2015년 기준 연 소득 1188만원) 미만인 가구다. 월평균 100만원 미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이며, 66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이 48.1%까지 오른다.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노후 준비 상황도 ‘잘 돼 있지 않다’(37.3%)거나 ‘전혀 돼 있지 않다’(19.3%)는 부정적 응답이 56.6%에 이르렀다. ‘아주 잘 돼 있다’(1.3%)거나 ‘잘 돼 있다’(7.5%)는 응답은 8.8%에 불과했다.


노후 대비가 미흡한 가구주들은 은퇴를 늦춰 계속 일하기를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가구주는 66.9세를 은퇴 연령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61.9세다. 그렇다 보니 이들 가구는 만성적인 생활비 부족을 겪는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의 경우 생활비 부족을 호소하는 가구가 60.5%에 달해 3가구 중 2가구꼴이다. 노후 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퇴직으로 내몰리다보니 은퇴하자마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노인 빈곤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2007년 15.1%, 2013년 12.8%로 감소했지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같은 기간 44.6%에서 2013년 49.6%로 증가했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의 3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경제적 고통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 인 인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OECD 평균 자살률은 10만 명 중 12명 수준인 데 비해 대한민국은 2.5배나 높은 29명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높은 자살률을 유지하는 것은 노인 자살률 때문이다. 2015년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유독 70대(8.5%)와 80세 이상(6.4%) 노인들의 자살률만 크게 늘었다.

 

 

한국 노인은 왜 가난한가


한국은 10위권 경제 대국이자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의 노인은 다른 나라의 노인보다 가난하고 삶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일까. 직접적 원인은 이른 퇴직으로 인한 소득 상실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시점에서 60세 정년은 너무 이르다.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됐고 2017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하지만 이조차도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꺼리면서 선언적 규정에 그칠 뿐인 경우가 많다.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 비교할 때 노인 소득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빨리 은퇴한다고 해서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이 구직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실질 은퇴 연령은 72.9세로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늦었다. 한국을 제외하고 70세까지 일하는 국가는 멕시코(72세)뿐이었 다. 은퇴 후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데 고령자 임금은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60%로 한국이 꼴찌였다. 퇴직 후 재취업이 어려운 노인들이 생계형 저임금 일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노인이 되면 노동 시장에 머물더라도 소득의 상실이나 감소가 일어나는 것은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유독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 이유는 빈약한 연금 제도로부터 기인한다. 한국인의 노인 부양 의식이 전통 사회에서의 ‘가족 책임 중심’에서 ‘정부·사회 책임 중심’으로 이동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45.2%로 34개 OECD의 회원국 중 28위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인 65.9%와 주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70~80%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 소득대체율 (所得代替率) ]

소득대체율은 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을 현재가 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 지급액으로서,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기간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소득대체율이 50%이면 연금액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 된다는 의미다.

 

 

 

 

 


노인 빈곤 해결방안
:기초연금 강화·맞춤형 일자리 확대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은 공적 연금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공적연금 가입률과 수령액도 낮아 은퇴 직후 소득 절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후 보장과 관련된 대표적인 공적연금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다.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에게 매달 약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은 1995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보험료 체납자, 미가입자 등 사각지대 인구 규모가 전체 가입자의 4분의 1 수준인 561만여 명에 달한다.


절대 빈곤층 노인을 벼랑에서 구출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기초연금을 늘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다. 국민연금 수급은 일정 기간 이상의 기여를 조건으로 하므로 현재 빈곤한 노인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볼 수 없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은 종전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상승률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그 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소득 증가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연금 지급액을 인상했는데, 기초연금 상승률은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연계해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증가율은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크다.


2015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7%에 불과했지만 실질소득증가율은 2.7%로 훨씬 높았다.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기초연금액으로 전년보다 월 1410원 올린 최대 20만4010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소득증가율과 연계했다면 월 5470원이 올랐을 것이다.


게다가 기초연금 급여액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도 연동되어 장기간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는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사실상 줬다 뺏는 돈’이란 비판이 나온다.


따라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급여의 물가 연동 방식을 소득증가율과 연동하도록 바꾸어, 평균적인 생활수준 변화에 맞춰 급여가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의 연동을 제고하고 기초생활보장수급 노인도 기초연금 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빈곤과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은 노인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늙어서도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 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일한다. 이는 건강한 사회활동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다. 빈약한 공적연금에 의지해서는 생활이 어렵다. 고용의 질도 떨어진다.2016년 한국노인개발원이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를 조사해보니 월 50만원 이하가 45.7%로 가장 많고 100만원 미만이 70%나 됐다. 일자리의 내용도 농림어업이나 경비·청소 관련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갈수록 고학력 은퇴자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노인 재취업 문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고령자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늘린다면 노인 개인에게는 물론 구인난을 겪는 기업이나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령자들이 사회 경험을 살려 사무 보조, 상담·영업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 지하철 택배나 실버 바리스타, 베이비시터, 학교급식 도우미 등 노인에게 적합한 단순노무직의 저변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노년 세대와 청년 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하는데 노인 맞춤형 일자리가 많아진다면 세대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 빈곤은 일부 세대의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장기 저성장에 돌입한 한국 경제를 더욱 깊은 침체의 늪으로 끌어내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개인의 자구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물론,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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