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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주차] 금주의 Thema 과학+

2017-09-27 11:15 1,943

200년 뒤에 만나요,
생명 연장의 꿈
‘냉동인간’ 



“저는 지금 죽지만 200년 안에 다시 살아 돌아올 거예요” 지난 11월 17일 영국의 십대 소녀가 가족에게 남긴 유언이다. 말기 암 환자였던 14세 소녀는 법정 싸움 끝에 냉동인간이 됐다. 소녀는 냉동보관을 반대하는 아버지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 고등법원은 이례적으로 소녀의 손을 들어줬다. 그녀는 영국에서 인체냉동보존이 허용된 첫 십 대가 됐다. 

 

현재 소녀의 시신은 미국 냉동보존연구소에서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가 담긴 용기에 보관돼 있다. 소녀는 언젠가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 자신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냉동인간을 선택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연구팀은 냉동보존한 토끼의 뇌를 거의 완벽할 정도로 되살리는 데 성공해 냉동인간 시대의 가능성을 열었다. 포유류의 뇌를 얼렸다가 거의 완벽한 상태로 해동시킨 최초의 사례다. 연구팀은 토끼의 머리에서 혈액을 모두 빼낸 뒤 이 혈액을 글루타르알데히드(glutaraldehyde)라는 무색의 화학 고정액(생물·세포 등을 생전에 가까운 상태로 고정하기 위한 시약)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썼다. 연구팀은 글루타르알데히드를 뇌혈관에 주입해 대사과정(물질이 생성·분해되는 과정)으로 인한 조직의 부패를 빠르게 방지하고 단백질이 제 자리에 위치하도록 고정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보존처리한 뇌를 영하 135도의 극저온으로 냉각시켜 보관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냉동보존 과정에서 뇌가 쪼그라들면서 손상을 입는 것을 방지해 뇌 속 세포조직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뇌의 해동은 이와 반대 방법으로 이뤄진다. 신체 장기 중 냉동보존이 가장 어려운 뇌를 거의 손상 없이 살려낸 이번 실험이 냉동인간을 되살리는 기술의 난제로 남아있는 인간의 뇌 보존 기술의 실마리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구리나 금붕어를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에 넣으면 꽁꽁 얼지만 곧바로 이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해동 시키면 다시 살아 움직인다. 이러한 실험의 비밀은 초저온 액체 질소에 있다. 이를 사용하면 얼음 결정이 형성되기 전에 체액이 빠르게 동결되면서 세포막의 파열을 막을 수 있다. 숨은 멎었지만 세포는 죽지 않았으므로 해동을 통해 세포가 살아나면서 소생하게 된다. 1946년, 프랑스 생물학자 장 로스탕은 글리세롤(glycerol)을 이용해 개구리의 생식세포를 얼리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세포를 얼리면 세포액이 얼며 부피가 늘어나고, 얼음 결정이 세포막을 찔러 세포가 손상되지만 세포액을 글리세롤로 바꿔 넣어 얼리면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물의 결정 형성을 막는 DMSO(dimethyl sulfoxide·다이메틸 설폭사이드)라는 용액을 넣어 세포액이 얼지 않도록 막는다. DMSO와 세포 배양액을 섞고, 그 안에 세포를 넣은 뒤 온도를 1분에 1도씩 떨어뜨리며 천천히 얼려 얼음 결정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한다.

 

장기나 개체 전체를 냉동보관하는 방식은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혈액을 모두 빼고 혈관에 DMSO 를 섞어 만든 부동액(不凍液:어는점을 낮추기 위해 액체에 첨가하는 물질)을 채워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MSO는 상당한 독성이 있어 이런 작업을 거친 냉동인간이 무사히 되살아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세포나 작은 조직은 모든 부분을 균등하게 얼리고 녹일 수 있지만 장기나 개체는 부피가 커 늦게 얼고 늦게 녹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이 과정에서도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서구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냉동인간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최초의 냉동인간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베드퍼드로 알려져 있다. 그는 73세였던 1967년 미래에 암 치료법이 나오기를 바라며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처해 동결된 상태로 안치돼 있다. 이외에도 1979년 사망한 미국의 전설적인 배우 존 웨인이 영화 촬영 당시 암 선고를 받았는데 영화 촬영지가 미국의 핵 실험 장소로 알려져 정부가 훗날 소생시켜 주겠다며 냉동인간을 제안해 현재 워싱턴 지하벙커에 존 웨인의 시신이 있다는 설도 존재한다. 

 

냉동인간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 당시 미국의 냉동인간 회사 ‘알코어생명연장재단’에 약 40구의 냉동인간이 보관돼 있었으나 15년 뒤 그 수가 3배가량으로 늘었고 2016년 9월까지 148구의 시신이 맡겨졌으며 1101명이 사망 후 냉동인간이 되겠다며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어생명연장재단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 비영리 단체다. 이 재단은 인체 냉동보존의 연구와 실행을 목적으로 1972년부터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알코어 재단의 회원이 되고 싶다면 우선 40세 무렵 미리 정밀 검사를 받고 냉동보존과 관련된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후 위치 추적 팔찌를 차고 있으면 죽음에 임박할 즈음 재단의 특수차량이 나타나 재단으로 수송한 뒤 냉동인간 보존처리를 시작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신체는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되어 ‘듀어(dewar)’라 불리는 질소탱크 속에 보존돼 미래의 어느 날 깨어날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이처럼 현재의 냉동보존술은 미국이 선도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도 이의 현실화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냉동 보존액의 독성과 불균등한 냉동의 문제뿐만 아니라 윤리·철학·종교와도 깊이 연루돼 있다. 인체를 냉동시키는 방법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두고 첨예한 논란이 인다.

 

냉동 보존술에 대해 과학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의 전형이며 미완의 기술을 담보로 대중에게 헛된 망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지만 생명 연장이라는 인류의 오랜 소망과 직결된 인류의 꿈, 행복한 상상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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