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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주차] 금주의 Thema 인문학+

2017-11-16 02:50 1,519

열정과 책임 사이...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정치는 권력을 발생시키고 움직이는 동력이다. 정치인은 여의도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는 국가의 권력을 쥐고 움직이는 사람은 모두 ‘정치적’이며 이에 따라 이상적인 정치인의 덕목을 지닐 것을 요구받는다. 우리나라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위정자가 국가를 좀먹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난장판을 보면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돈 많은 친구에게 불법으로 장외주식을 받아 수백 배로 불린 검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는가 하면, 사정기관을 장악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퇴도 하지 않고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현대 사회과학 전반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독일의 대학자 막스 베버(Max Weber,1864~1920)는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골몰했다. 그 결과물이 1919년 대학 강연 내용을 토대로 펴낸 『소명으로서의 정치(Politik als Beruf)』다. 이 책은 ‘직업으로의 정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으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독일어 ‘Beruf’에 직업과 소명이라는 뜻이 모두 있고 여기서는 소명으로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베버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열정(신념 윤리)과 책임감(책임 윤리) 그리고 이 둘 간의 균형적판단을 꼽았다. 신념 윤리는 각 개인이 어떤 행위를 할 때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그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은 탐욕일 뿐이지 신념으로 볼 수 없다. 푼돈이든 큰돈이든 물질을 탐하는 정치인 은 신념 윤리를 갖추지 못한 부류다.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몸을 사리며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하는 공직자 역시 신념 윤리와 거리가 멀다. 대의명분을 앞세우지만 정치공학에 따라 권력을 좇는 정치인도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책임 윤리는 신념을 현실 속에서 이행해야 할 책무를 가리킨다. 즉 행위자가 자신의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상상하고 그가 원래 바라는 목표와 관련해 그것이 사회 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판단력을 뜻한다. 학자나 언론인, 종교인 등 국가의 과제를 통찰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위정자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실행을 통해 책임 윤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구분된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옳은 신념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는 자세는 책임 윤리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베버는 1918년 프로이센으로부터 분리를 주장하는 급진 평화주의 운동이 일어났을 때 이들 운동을 비판하면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가 우선한다는 주장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한 바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특히 부족한 덕목은 책임 윤리다. 정치권은 온갖 주장과 이념으로 좌판을 벌여놨지만 이를 어떻게 현실적 성과물로 만들어낼 것인가, 어떤 비용과 영향을 불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복지 문제만 봐도 그렇다.

지속 가능한 복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세금을 올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우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구체적인 세원 마련 계획이나 장기적인 시스템의 보완 없이 인기에 영합하는 복지 정책을 남발하며 혼란을 주고 있다.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이므로 정치인은 양자의 균형적 판단을 발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베버는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가 변증법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에 충실하되 현실을 있는 대로 인지하고 실현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소명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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