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원 메뉴

개인회원 정보

이력서 사진
이력서 사진 없음
로그인 링크
로그인
회원가입 링크
아직 회원이 아니세요?

개인회원 서비스

취업뉴스

시사

[47주차] 금주의 Thema 과학+

2017-11-30 03:37 1,431


좀비 메커니즘을 밝히다


“속보입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발생했습니다. 감염자는 핏기가 사라지고, 피부가 썩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팔다리를 물어뜯는 등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공격에 상처가 생기면 바로 감염됩니다. 영화에서 보던 좀비(zombie)처럼 말입니다.”

좀비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문화 코드다. 한국산 좀비를 다룬 영화 ‘부산행’이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좀비기업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미국 국제정치학 교수인 다니엘 드레즈너는 민주당을 뱀파이어(vampire), 공화당을 좀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화당원은 민주당원을 ‘외국에 관대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존재’로, 민주당원은 공화당원을 ‘집단으로 행동하는 생각 없는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TED 강연에서 10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바 있는 웨이드 데이비스 하버드대 민속식물학 박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좀비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카리브해 연안의 섬나라 아이티에는 부두(voodoo)교라는 토속신앙이 있는데, 이곳 사제들이 ‘마법의 가루’를 사용해 좀비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루약의 주 성분은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다. 이 독은 죽음에 가까운 심각한 마비를 일으키는데 실제 일본에서도 복어 독으로 사망 판정을 받은 사람이 화장 직전에 깨어난 사례가 있다. 부두교 사제들은 이렇게 ‘죽은’ 사람들을 무덤에서 꺼내 독말풀을 먹였다. 이 풀은 정신착란을 일으켜 사고기능을 정지시켰고, 좀비가 된 이들은 노예처럼 부렸다고 전해진다.

‘좀비 바이러스’를 만드는 메커니즘은 기생생물인 기생충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기생충이라고 하면 숙주(宿主)의 몸에서 몰래 영양분을 섭취하는 무능력한 생물로 치부된다. 하지만 기생충 가운데는 숙주의 뇌를 조종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끔 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생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가시(Gordius aquaticus Linnaeus)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가느다란 철사 모양의 유선형 동물이다.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250여 종이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5종이 있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속에서 기생하다가 신경조절 물질로 숙주 곤충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가도록 한다.

뇌를 조종당한 숙주 곤충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데도 물에 뛰어들어 죽게 된다. 그러면 연가시가 곤충의 몸을 뚫고 나와 물속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짝짓기를 한 후 수십만에서 수천만 개의 알을 낳고 죽는다. 그 알들은 물속의 모기 유충 등에 들어가고, 모기 유충이 성충이 되어 지상으로 날아갔을 때 다른 곤충들이 모기를 잡아먹으면 어린 연가시는 곤충으로 옮겨가 성충이 될 때까지 기생할 수 있다.

미생물학회 보고에 의하면 란셋 흡충(Lancet fluke)이라는 기생충도 숙주의 뇌에 살면서 조종하는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이 알을 낳기 위해서는 초식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개미 몸속에 기생하며 개미에게 풀잎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명령한다. 좀비가 돼버린 개미는 그렇게 초식동물에게 먹히고 란셋 흡충은 초식동물 몸속에 들어가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생충이 관찰된 바 있다. 원충성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가 나타나도 무서워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오히려 잡아먹힐 때를 기다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톡소포자충이 고양이 몸속에 들어가기 위해 쥐를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상적인 쥐들은 고양이 냄새를 맡을 경우 바로 도망가지만, 이 기생충에 감염된 쥐들은 고양이를 무서워하기보다 오히려 끌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톡소포자충은 사람에게도 쉽게 감염되지만 이 기생충에 감염되어도 면역체계가 정상인 사람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톡소포자충이 체내 면역세포와의 싸움을 피하고자 커다란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이상행동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톡소포자충이 걸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교통사고를 2.6배 더 내며,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도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톡소포자충이 정신분열증의 위험인자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좀비 메커니즘은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 현상이다.

최근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오는 끔찍한 존재에서 미래의 변종 인류, 사랑스러운 연인으로까지 다양하게 확장됐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좀비의 메커니즘은 어쩌면 고착된 사회 시스템에 감금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착취·조종당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저작권은 잡코리아(유)에 있으며,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 합니다.

0 /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