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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차] 금주의 ISSUE & 논술 part.1

2017-12-21 14:23 1,617


김영란법 시행, 이대로 괜찮은가

“사적 영역 법으로 옭아매서야”-“부패는 지속가능 성장의 걸림돌”
[ 이슈의 배경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이 갑론을 박을 벌이고 있다. 오는 9월 28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최근 시행령까지 공개됐지만 법안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법안을 추진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작년 3월 공직자의 구조적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통과됐다.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하면 대가성을 입증하지 않고도 처벌할 수 있고 적용 대상도 광범위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포괄적 성격의 비리 차단 법안으로 통한다. 김영란법은 법안 제출부터 통과까지 929일이 걸릴 정도로 진통을 겪었지만 스폰서 검사,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공직자의 구조적 비리가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면서 시대적 요청에 따라 빛을 봤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관(官)피아 등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후진적 업무 관행을 선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시행도 하기 전에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언론사 편집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이대로 되면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가 많이 된다”고 직접 수정 요구를 공론화하면서부터다.

산업계는 내수 경기 위축과 특정 업종의 고사(枯死:말라 죽음) 위험성을 들어 법안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일부 언론이 그 논리를 뒷받침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5월 24일 주최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부패 척결이란 입법 취지를 살려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 이슈의 논점 ]

핵심 내용과 쟁점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취지로 제정된 이 법은 대가성이 있어야 성립되는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과 상관없이 1회에 100만원, 연 300만 원을 초과하면 처벌된다. 100만원 이하여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받은 금품의 2~5배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김영란법의 최대 쟁점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 영역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공직사회 부패 해소란 목적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다.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 및 헌법의 형평성을 침해한다며 언론인, 교원 단체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금품 수수와 사례금 수수 규정이다. 시행령은 공무원, 언론인, 교원 등 법 적용 대상이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액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로 설정했다.

이른바 ‘3·5·10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내수 위축과 경제 침체를 불러오리란 우려가 나온다. 고급 음식점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농축수산업계 역시 5만원을 초과하는 한우 소고기나 굴비 세트 등 명절 선물의 매출이 떨어져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경조사 화환을 취급하는 화훼 업계 역시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김영란법 과도하다:“사적 영역을 법망으로 옭아매서는 안 돼”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수많은 국민이 범법자로 전락하고 둘째, 법 자체가 사문화(死文化)될 것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 하고 기준 역시 모호한 부분이 많아 단속·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법 5조 1항은 부정청탁 유형에 인·허가, 처벌 감경, 인사·계약 등 15가지를 열거했고 2항에 부정청탁이 아닌 행위로 권리침해 구제 해결, 직무요구 등 7가지를 나열했는데 법률가들조차 뭐가 되고 뭐가 안 된다는 건지 구분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법을 지키려 해도 알지 못해 지킬 수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 국공립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임직원 및 이들의 배우자까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어림잡아 300만~4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기준을 초과한 금품을 건네는 제공자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법 적용 범위는 훨씬 넓어진다. 모든 수사 인력을 동원해도 감시·단속이 어렵다.

선물을 주고받은 이들이 자진신고 할 리 없다. 결국 단속을 공익신고나 내부고발에 의존해야 한다. 행여 포상금 제도가 생긴다면 전 국민을 파파라치나 감시자로 만드는 꼴이다. 인간의 사적 영역을 법망으로 옭아매려는 법률 만능주의로 사회적 신뢰가 희박해지고 불신의 벽은 두꺼워질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고리를 차단한다는 입법 목적을 고려했다면 고위공직자가 우선적인 법 적용대상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국회에 통과되기 직전에 국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끼워 넣었다. 또한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을 청탁 유형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 조항을 뒀고 입법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뒀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통째로 빠졌다. 선출직·고위 공직자들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것이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원치 않는 김영란법을 여론에 떠밀려 통과시켰지만, 위헌 결정을 유도해 죽은 법률로 만들려고 일부러 무리한 조항을 끼워 넣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여러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시행령 공개와 공청회까지 제출된 법안을 전면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 역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최소한 민간 영역을 규제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아울러 애꿎은 농축수산업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시행령의 상한액 규정을 현실성 있게 고칠 필요가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고 범람하는 저가 수입품에 맞서 농축수산업계는 고급화·브랜드 전략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농축수산물 선물 대다수가 5만원 이상이고 매출 상당 부분이 명절에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원천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김영란법 원안은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여야는 법 적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위헌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조항을 제외했다. 반면 미국 의회는 1962년 ‘뇌물 및 이해충돌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 것을 20C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영란법 강화해야:“부패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걸림돌”
마케팅의 대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뇌물과 부패는 경제성장을 지연시키고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못사는 나라일수록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잘사는 나라일수록 공직 사회가 투명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선진국에도 물론 부정부패가 존재하지만 이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시스템이 발달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오랫동안 뇌물이 문화의 일부였던 한국적 풍토를 바꾸려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700위안(약 100만원)만 받아도 형사처벌을 받는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부러워했다. 그러던 김영란법이 꽃피우기도 전에 시들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부터 나서 “내수 침체가 우려된다”고 제동을 걸고 일부 언론과 산업계가 ‘경제 죽이기 법’이라고 침소봉대(針小棒大:바늘만한 작은 것을 몽둥이처럼 크다고 과장함)한 탓이다.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 부패를 눈감아주자는 발상에 기가 찰뿐더러 김영란법이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란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부패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다. 기업 경영의 거래 비용을 늘리고 불확실성을 키워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순위에서 한국 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때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138.5달러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OECD는 부패 척결이 정부에 조세 수입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부패로 인한 우리나라의 성장 손실이 다른 나라보다 큰 만큼, 김영란법으로 부패가 어느 정도 사라질 때 그 경제적 효과가 배가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부는 법 기준이 모호하고 적용 대상이 광범위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 윤리 의식 수준에 달린 문제다. 공적 직무행위의 상대방에게 특수한 이익을 바라고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렌트 추구행위(경제 주체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현상)다. 이러한 낡은 관행을 버린다면 어떤 ‘뇌물’이 합법적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권력의 최상층부에서 법조계, 군부, 기업, 언론, 학교에 이르기까지 혈연·지연·학연 등 온갖 연줄에 갇혀 악취를 풍기는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민간 영역인 언론인과 교원에게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돼 불평할 것이 아니라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법조계, 시민단체까지 법 적용 대상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 현재 김영란법 시행령은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이 선물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는데도 5만원 이하의 촌지가 합법이 되도록 정했다.

경조사비 한도도 기존의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정치권은 김영란법을 누더기로 만든 것을 반성하고 한국 사회를 투명한 선진국가로 이끌기 위해 더욱 강력한 반부패 방지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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