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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인문학]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조명 받는 까닭

2018-08-02 16:58 2,344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이 조명 받는 까닭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 1883)가 19C이후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는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고 마르크스 이론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활발하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마르크스의 고향 독일 트리어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사람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흑사병에 지나지 않는다”며 “마르크스의 이론은 세계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다. 자본주의가 몰락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전망은 오류로 판명됐다.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를 거두고 이데올로기가 종언을 고한 오늘날 마르크스가 끊임없이 회자되는 까닭은 무엇 인가.

마르크스 사상의 얼개

마르크스의 사상은 크게 철학·경제학·정치학적 뼈대로 이해할 수 있다. 1830년대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하던 마르크스는 당시 독일 철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헤겔 철학으로부터 변증법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헤겔의 관념론적 성격을 유물론(唯物論:물질을 근본적인 실재로 생각하고 관념이나 정신을 부차적인 것으로 보는 철학)의 바탕 위에 바로 세우고자 한 것이다. 마르크스는 종교와 문화, 도덕과 사상과 같은 정신세계가 문명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수단과 소유 관계라는 물질적 하부구조가 변증법적 정반합(正反合) 과정을 거치며, 역사가 원시 공산제-노예제-봉건제-자본주의-공산주의로 이행한다고 보았다. 이는 수천 년간 관념론이 지배해온 근대 서양 인문학을 송두리째 뒤집는 구상이었다.

경제학적으로 마르크스는 영국 고전 경제학으로부터 노동가치설과 잉여가치설을 받아들였다. 노동가치설은 상품의 가치란 그것을 만드는 데 들어간 노동의 양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며, 잉여가치설은 상품의 실체 가치와 노동에 들어간 가치(임금)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자본가는 잉여가치만큼 이윤을 독점하고 노동자는 자본가로부터 착취를 당한다. 마르크스는 1867년부터 출판된 대표 저작 『자본론』에서 이와 같은 자본주의 경제의 운동 원리와 문제점을 분석했다.

마르크스는 생시몽, 푸리에와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의 영향을 받아 계급이 없고 재화가 평등하게 분배되는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정치학적 실천의 지향점으로 삼는다. 다만 공상적 사회주의의 비과학성을 질타하며 역사의 정확한 통찰에 바탕을 둔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내재적 모순에 따라 붕괴하고 필연적으로 공산주의가 다가오리라고 보았지만 그 ‘약속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노동자인 프롤레타리아(무산 계급)가 폭력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마르크스가 유효한가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한때 지구상의 10명 중 4명은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정부의 국민이었다. 한 학자의 이름 자체를 이념으로 삼는 국가의 집단이 형성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공산주의 정권은 독재로 타락했고 인민의 경제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하며 몰락했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 정세에서도 마르크스의 유산은 짙게 남아 있다.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구공산권과 미국·유럽 등 서방은 북한 비핵화, 시리아 내전, 이란 핵협상과 같은 사사건건 대립하며 신(新)냉전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마르크스라는 역사적 변곡점에 대한 이해 없이 지구촌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2000년대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시점부터 마르크스의 사상은 서방에서 재조명되며 생명력을 연장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존속성에 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전문가들은 마르크스의 지침을 뒤적였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부의 분배와 시장 통제의 필요성을 내다본 마르크스의 통찰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세계적 화제를 일으킨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르크스의 유효성은 자본주의가 위기를 겪으면서 오늘날까지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다는 역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 폭력 혁명을 주장한 것은 초기 자본주의 시대 영국에서 노동자의 참상을 목도하면서다. 역사상 자본주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마르크스의 지침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며 수정을 거쳤다. 경제 정책의 성패에 따라 정치권력이 평가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9세 이하 어린이에게 하루에 12시간 동안 일을 시키면 안 되며 법정 근로시간이나 최저임금 제도가 당연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 모두는 여전히 어느 정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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