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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시사] 마약청정국은 옛말… SNS 타고 급속 확산

2019-07-10 13:36 1,968

| 재벌부터 백수까지 마약 ’허우적’

 

 

최근 클럽 버닝썬에서 마약을 투약·유통한 혐의로 직원·손님 10여 명이 무더기로 입건된 데 이어 재벌가 3세들이 마약 관련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방송인으로서 대중에게 친숙했던 귀화 미국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 씨에 이어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일부 연예인들이 접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마약은 우리 생활 속에 생각보다 훨씬 깊게 침투했다. 2017년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직업별 현황은 무직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며 일반 회사원, 일용직 노동자, 학생, 주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 ‘마약청정국’ 환상 깨진 지 오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마약사범은 매년 1만 명선 아래로 억제돼 왔으나 2016년 1만4,214명으로 2년 만에 4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실제 마약사범 수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버닝썬 게이트 이후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집중 단속에 나선 지 5주 만에 마약사범 972명이 검거됐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란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유엔(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비율이 20명 이하면 마약 범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에서 마약청정국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 한국은 2013년까지 마약사범이 10만 명 19.4명이었지만 2017년 27.5명으로 증가하여 마약청정국의 명성이 무너졌다.


 



| 배달음식 주문하듯 마약 거래

 


 

인터넷·SNS 발달이 최근 마약 확산을 조장하는 데 한몫했다. 국내외 택배·배송이 간편해지면서 마약 유통이 단속을 쉽게 따돌릴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인프라가 지하경제까지 활성화한 것이다. 과거 마약 범죄는 조직폭력이나 성매매 등 음습한 범죄 현장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배달음식 시키듯 언제든 마약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유튜브나 트위터, 텀블러 등 인터넷과 SNS에서는 마약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작대기, 아이스, 얼음 등 필로폰을 의미하는 은어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몇 초 만에 ‘인터넷 마약상’과 접선할 수 있다.

마약 판매 사범들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서버가 해외에 있는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이용해 주문을 받으며 비대면 거래를 유도한다고 알려졌다.

이들은 SNS로 마약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거나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두고 받아가도록 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쓴다. 로버트 할리 씨도 이러한 방법으로 마약을 거래했다고 한다. 이는 거래 현장을 적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투약사범을 검거해도 유통·공급책 파악이 어려워 마약 범죄 확산에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


 



| 마약사범 처벌 ‘솜방망이’

 


 

마약 거래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국내 단속 체계는 난잡하고 처벌 의지는 느슨하다. 현재 마약 적발은 경찰, 검찰, 관세청, 항만청, 출입국관리소, 민간항공 자체 보안부서 등이 관할하고 있다. 부서가 너무 많다 보니 관할이 중첩되고 수사 단계가 복잡하다. 외국처럼 마약 단속을 위한 전문조직을 만들고 수사체계를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검찰과 경찰 간 조직 이기주의도 마약수사에 허점으로 작용했다. 검·경은 2016년 마약수사 합동조사반을 꾸려 마약류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합동수사반 출범 이후 마약사범 단속 실적이 느는 등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작년 4월 이후 합동수사반 활동이 중단됐다. 검·경 간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양 조직의 갈등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마약 처벌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솜방망이 수준이다. 중국은 통계를 공개하지 않지만 매년 마약 관련 범죄로 수천 명을 사형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마약 소비국이지만 마약사범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소량의 마약을 보유한 초범에게도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며, 헤로인을 1kg 이상 소지한 자에게는 종신형을 포함해 최소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2017년 마약 범죄로 기소된 사범 4,681명 가운데 1,876명(40.1%)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받은 사범은 2명에 불과했다. 마약공급책들도 집행유예나 벌금, 징역 1~2년에 그치고 있다.

현재 마약사범 처벌은 검거나 비교적 쉬운 투약사범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 형사사범의 재범률이 10%인 데 비해 마약 투약사범의 재범률은 약 75%로 매우 높다. 투약사범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체포와 검거 실적보다 재활·치료에 집중해야 한다. 대신 마약공급책은 마약 투약사범보다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훨씬 큰 만큼 이들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무겁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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