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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술] 정년연장은 청년고용에 영향을 미칠까?

2019-08-21 13:24 4,763

 

 

 

이슈의 배경?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6월 2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인구 구조와 관련한 대응 TF(테스크포스)의 10개 작업반 중 한 곳에서 정년연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 13일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도 노동계를 대표해 정년연장 필요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60세 정년이 민간 기업까지 의무화된 지 불과 2년 만에 정년연장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 15~64세 생산가능연력의 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고령인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연평균 48만 명씩 급증한다. 최근 3년간의 연 31만 명보다 증가폭이 부쩍 높아지는 것이다. 올해 769만 명인 노인 인구도 2025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선다.

이에 정부는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년연장이나 재고용 형태로 정년이 지난 만 60세 초과~65세 이하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임금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일종의 고용 유지 인센티브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정년 직전 임금의 75%를 주는 식으로 정년 초과 근로자의 기준 임금 비율을 설정하고, 이 비율을 밑도는 기업의 실제 부담 임금과 기준 임금 비율 차이를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으로 고령자 고용유지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청년실업이라는 민감한 사회문제와 연동돼 있다. 근로자가 65세까지 일을 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게 된다. 신규 채용 감소에 따른 고통은 청년 세대 몫이 된다. 정년연장이 부모·자식 간의 일자리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셈이다. 1989년 대법원에서 55세였던 육체근로자 가동연한을 60세로 상향한 지 24년이 지나서야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것도 이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었다.

 

정년연장법
정년연장법은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말한다. 이 법은 ▲현행법에 권고조항으로 되어 있던 정년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60세로 연장하고 ▲공기업, 공공기관, 비장공기업,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며(2016년 1월 1일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2017년 1월 1일부터)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을 이뤘던 임금피크제는 ▲’노사 양측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합의됐다. 60세에 도달하지 않은 근로자를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로 간주해 해당 사업주가 법적 처벌을 받도록 했다.
정부는 올해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을 통해,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임금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일종의 고용유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연장을 불과 2년 만에 한 번 더 강행하는 것은 청년과 노·장년층 사이의 일자리 갈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년연장이 강제로 추진된다면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청년실업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와 보완관계라는 주장도 있다.

 

 

이슈의 논점

정년연장 찬성 

“정년연장과 청년고용은 보완관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한 사회적 준비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노후소득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년연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년은 만 60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60세 정년을 유지하는 나라는 우리와 터키뿐이다. 독일·일본이 65세, 영국이 아예 정년을 두지 않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은퇴시점은 너무 빠른 편이다. 일각에서는 노·장년 세대의 정년연장이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년연장으로 노동력이 과잉되면서 청년 세대가 들어갈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 구성이 급변하는 수년 후에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2013년 당시 일본 산업계에서도 지금 한국에서처럼 ‘고용 연장 조치가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2013년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의 40%는 ‘앞으로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청년 일자리 감소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인구학자인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2020년대 중후반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면 결국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된다”며 “정년연장이 시행되면 오히려 2020년대 후반부터 시작될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홍 부총리가 “향후 10년간 고용 시장에서 나가는 사람이 80만 명, 들어오는 사람 40만 명”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노·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의 일자리는 대체가 아닌 보완관계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행과 한국노동연구원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과 청년층은 주요 직종이 다르므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즉 서로의 일자리는 직종 분리 경향이 강하지, 직종 연계 경향은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노·장년층에게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4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노·장년층 10명 중 4명은 노부모와 함께 성인기 미혼자녀까지 부양하는 이중부양 부담을 지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은 만 62~65세부터 가능해 한동안 소득 없이 지낼 수밖에 없다. 정년퇴직 후 일자리가 없으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정년연장 반대 

“취업난에서 정년연장은 어불성설”

 

정년연장 논의가 빠르다고 나쁠 건 없다. 다만 적절한 시기가 아니거나 여건을 성숙시켜가기 못할 때 공허한 논의는 혼란만 낳을 뿐이다. 60세 정년제는 2016년부터 시행해 2년 반이 됐다. 그러나 고용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정년제를 도입한 사업체는 143만 개 중 29만9,000개로 전체의 20.3%에 머물렀다. 이처럼 정년 60세조차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훨씬 많다.

일각에서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노·장년층의 일자리가 대체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실은 이와 차이가 있다. 정년연장은 사회 전반의 퇴직 시기를 늦춘다는 의미다. 경제성장기가 아닌 이상, 정년연장이 되면 기업으로서는 그만큼 신규채용을 꺼리는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이 노인은 해고하지 말고, 청년들에게도 일자리를 주도록 기업에 강요하는 규제가 된다면 기업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서 정년연장을 시행하면 고용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청년과 노·장년층 사이의 일자리 갈등을 더 자극할 수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정년 60세’ 법제화를 추진한 이후(실제 실행은 300인 이상 기업 기준 2016년부터) 6~7%에 머물던 청년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다”며 “일자리를 물려줘야 할 사람들이 일을 더 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정년연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16년 사이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령층 비중이 1%p 증가할수록 청년층 비중은 0.8%p 감소했다. “경제 성장기에는 청년과 노·장년층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지만, 성장이 지체되면 두 계층의 일자리는 대체관계를 이루게 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고령화시대에 정년연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럽, 일본 등 일찍 고령사회를 맞이한 선진국은 한국보다 정년이 길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노동 유연성이 높든지 임금피크제가 활발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고용 장치들이 장착돼있기 때문에 정년연장의 부작용이 덜한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학력에 따라 임금 격차가 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비롯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등 경직적인 임금체계, 노동수요 변화와 무관하게 유지해야 하는 노동경직성, 촘촘하지 못한 사회안전망 등 선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수준의 정년연장 혹은 폐지 논의는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노동·임금체계 유연성을 갖추지 않고 정년연장만 진행한다면 과거처럼 실업률이 치솟을 것이다.

 

 

한국형 정년연장이 가야 할 방향

 

고령사회에 맞춰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정년연장 관련 논의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년연장으로 절약되는 재정을 청년 채용에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평균·건강수명 연장, 재정부담 축소, 노동력 부족 해결 차원에서 장기적인 균형을 생각한다면 정년을 연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선진국들도 비슷한 이유로 근로자들의 정년을 올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일본은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고용 노력 의무를 70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도 현재 65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까지 연장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과 영국은 ‘나이를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는 이유로 정년제도를 아예 없앤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사례를 따라가기에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구조는 ‘젊어서는 실제 일하는 것보다 적게 받고, 정년에 가까울수록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형태’로 설계돼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더 많아지고, 기업은 노동비용 증가라는 압박을 받게 된다. 기업은 정년연장에 고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자리 세대갈등을 풀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은 물론 경제성장을 통해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렵다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청년 실업과 노·장년층의 실업 문제를 모두 감안해야 한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는 이해득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모든 이해당사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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