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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술] ‘착한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2020-02-17 15:39 1,109


 

이슈의 배경

SNS 시대에서 기업의 평판은 브랜드 가치로 직결된다.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소외 계층을 돌보는 ‘착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며 홍보한다. 반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도 반성하지 않는 ‘나쁜 기업’은 불매 운동을 벌이며 철저히 응징한다.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해 판매한 남양유업이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대한항공 등의 사례에서도 보았듯 사회적 가치를 저해하는 기업은 기업 가치가 폭락하고 경영권까지 위협받는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CSR을 수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익까지 추구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개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CSR과 CSV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불분명하고 이를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erism)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매할 때 윤리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의식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나 동물·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은 피하고, 환경과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거나 공정무역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 등이 있다. ‘나쁜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것도 윤리적 소비로 볼 수 있다.

 

이슈의 논점

CRS은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CSR)이란 기업이 주변 경제·사회·환경적 요소에 책임을 갖고 이를 기업 활동에 자발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이윤 창출이나 법적 의무를 지키는 것 이외에도 윤리적인 기업경영 방침을 준수하고 환경 보호나 경제 양극화 해소 등과 같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의무라고 할 수 있다.

2단계 법적 책임은 기업이 그 사회의 규범인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적법하게 경제 활동을 수행할 책임으로서 회계 및 경영 등 기업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3단계 윤리적 책임은 법률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는 정당하고 공정한 경영 가치를 수행할 책임을 말하며 여기에는 환경 경영과 제품 안전성, 인권 보호 등의 가치가 포함된다. 4단계 자선적 책임은 자발적인 판단이나 선택에 따라 기업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책임으로 기부 및 자선 활동, 교육이나 문화, 체육 활동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CSR에 대한 인식은 자선적 책임에 머물고 있으며 실질적인 기업의 CSR 활동도 자선 단체에 수익 일부를 기부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캐롤의 4단계 책임론에서 보듯 CSR은 단순히 시혜적인 자선·기부 활동을 넘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이 이행하는 모든 활동을 망라한다.

CSR은 본래 기업의 자발적 책임이지만 제도화로 기업의 CSR을 강제하는 경우가 늘면서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의제 수립을 통해 민간 기업이 사람·번영·평화 등을 큰 틀로 하는 CSR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도 기업과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인권·환경·소비자 등 7개 핵심 분야를 제정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국격을 높이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SR을 강제하는 법률이나 규정을 늘려가는 추세다. 다국적 기업 역시 협력 업체를 선정하거나 배제할 때 CSR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국제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기업에 CSR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CSV는 무엇인가  

공유가치창출(CSV)이란 사회적 조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업의 정책 및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CSR이 기업이 이윤을 벌어들인 후 일정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라면 CSV는 사회적 가치 및 이윤 추구가 동시에 발생하는 기업 활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CSR은 지출 예산의 일부로 인식되어 기업에 부담을 주고 매출 및 예산 규모에 따라 활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CSR 활동이 지닌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CSV가 등장했다. 그렇다고 CSV가 CSR과 완전히 다른 개념은 아니다. 최근 CSR은 사회적 기여를 기업의 이익 추구와 연결한 ‘전략적 CSR’ 개념으로 발전했고 이는 CSV와 크게 다르지 않다.

CSV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CSV 도입을 위해 다음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고객 니즈와 제품 및 시장에 대한 재구상이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비즈니스 기회로 포착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미국 신발 브랜드 탐스(TOMS)를 들 수 있다. 탐스는 신발을 한 켤레 팔면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는 사업 모델로 성공을 거두었다.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브랜드 가치까지 높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조건은 가치사슬(기업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의 생산성을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제품 기획·생산·유통·판매·서비스 전 과정에서 에너지·자원 이용을 효율화하고 공급자의 육성이나 지원, 종업원의 안전이나 위생 향상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도국 농부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생긴 공정무역은 전형적인 CSR이다. 커피 기업은 개도국 농부들로부터 공정무역 커피를 일반 커피보다 보통 10% 정도 비싸게 구매해주는데 이것만으로는 현지 농부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기업으로서도 양질의 원재료를 다량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다국적 식품 기업 네슬레(Nestle)는 코트디부아르에서의 코코아 생산 및 인도에서의 우유 생산 과정에 자신들의 선진적 농·축산 기술을 현지 농부들에게 전해주며 CSV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현지 농부들의 수입은 3배가량 늘었고 네슬레도 양질의 원료를 값싸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제네럴 일레트릭(GE) 역시 친환경 이슈를 가치사슬 전 영역에 적용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CSV 도입을 위한 세 번째 조건으로서 기업은 지역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 기업은 믿을 만한 지역 공급업체, 도로와 통신과 같은 인프라, 재능 있는 인력,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한 제도 등과 함께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 최대 무기비료 메이커인 야라 인터내셔널사(Yara International)는 미국에서 비료나 작물 수송을 위해 항만이나 도로 정비에 적극 투자했고 그 결과 농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지역 고용을 창출했다.

 

 

CSR·CSV의 기업 적용 방안

우리나라 대기업은 보통 매출액의 약 1%를 사회공헌 사업에 쓴다고 알려져 있다. 연탄을 기부하고 어려운 가정을 돕는 등 자선 활동이 CSR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CSR은 자선을 베푸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이행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한다고 앞서 언급했다.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일감 몰아주기 등 잦은 경영 일탈과 순환출자로 엮인 불투명한 지배 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대기업이 진정한 CSR 활동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대기업의 CSR 활동은 투명한 경영과 함께 중소기업·하청 업체와의 상생 방안 등 법적·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노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라는 경제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정부도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은 앞으로 CSR을 넘어 CSV를 지향해야 한다. 몇몇 대기업은 이미 CSV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기업과 사회의 공유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태양광을 이용한 삼성 디지털 빌리지를 구축했고 SK텔레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실시하고자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CSV는 이러한 시범적인 사업 확장을 넘어 기업 DNA의 중핵을 바꾸는 파괴적인 혁신의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 유통업체 월마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열악한 노동 정책과 경쟁 행위로 비윤리적 대기업의 대표격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2011년 이후 폐기물 사용 제로화·재생 에너지 사용·지속가능한 제품 판매 등 3대 지속가능전략을 발표하고 철저히 실천했다. 이는 물류비용 절감과 유통 구조 혁신을 거쳐 자동차 2만 대 분량의 이산화탄소 발생 감소·폐기물 80% 이상 감축이란 성과로 이어졌다. 월마트는 위기를 거대한 기회로 바꾸었다.

한편, 대기업은 CSR·CSV를 이행할 인적·금전적 여력이 충분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러하지 못하다. 수출 중소기업에 요구되는 CSR이 수출 장벽으로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동 인권이나 환경 등 CSR을 이행했다는 인증이 없으면 유럽 등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 자체가 힘들다.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모든 중소기업의 CSR 참여 확대를 추진 목표로 설정하고 품질 인증으로 사용되던 ‘Made in Germany’를 ‘CSR-Made in German’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업계와 연계해 자체적인 CSR 인증 제도를 개발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CSV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조선 개선을 과감히 사업 모델로 삼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환경 중시라는 CSV 자체를 사업 모델로 삼은 결과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거대 자동차 기업을 위협하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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