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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다는 90년대생…행복 열쇠는 공정·기회

불행하다는 90년대생…행복 열쇠는 공정·기회

김소라 기자
김소라, 김지예, 고혜지 기자
입력 2019-07-30 20:34
업데이트 2019-07-3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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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s 신주류가 떴다] 1990년대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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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 vs “도전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대”.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990년대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사 결과 90년대생(20대)들은 스스로를 ‘건국 이래 최악의 세대’로 규정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세대’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번 생은 망했다”(이생망)고 좌절하는 20대와 그런 20대를 “무한한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는 나약한 세대”라며 훈계하는 기성세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우리 사회의 과제인 셈이다.

지난 17~21일 전국 성인 남녀 10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20대에 대한 이미지를 물은 결과(주관식·복수응답) 90년대생 응답자 229명의 절반 이상(125명·54.6%)이 자신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0~50대 이상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긍정적인 답변(83명·36.2%)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20대들은 스스로를 ‘건국 이래 최악의 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정의했고,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가장 힘든 시기’, ‘IMF보다 더 힘든 시기’, ‘헬조선에 살고 있다’고 봤다. 답변 중에는 ‘힘들다’를 내포하는 단어가 48차례로 가장 많이 나왔다. ‘힘들다·힘듦’(23명)을 비롯해 고생·고난·고통·각박한 삶·팍팍하다·허덕인다·지친다·아등바등 등이 주를 이뤘다. 힘든 이유는 단연 취업 걱정(19명) 때문이었다. 불안(5명)하고 암울(3명)한 헬조선(3명)에서 포기(11명)하며 살다 보니 스스로가 불쌍(3명)하다는 것이다. 20대들은 자신을 “고학력이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알바에 허덕이며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기에 연애와 결혼은 꿈꿀 수 없는 세대”,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 도전할 수 없다”, “꿈과 현실은 함께할 수 없다”, “기회가 없다”, “항상 찌들어 있다”, “눈동자가 아래로만 향한다”고 표현했다. 반짝 불이 붙었다 금방 꺼져 버리는 ‘성냥’이라는 답도 나왔다.

자유로움(10명), 욜로(YOLO·현재를 즐긴다는 뜻·10명), 젊음(8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적어낸 이들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한 90년대생 응답자는 “어릴 때부터 강요된 교육만 받고 자라서 막상 스무 살이 됐는데도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이런 삶을 욜로 인생으로 포장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은 “90년대생은 교육을 통해 형식적 민주주의를 체득했지만 사회에 진출해 온갖 비민주성을 경험하며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들이 가져갈 파이는 앞으로도 커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풍요로운 성장과정을 통해 체감한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는 “90년대생은 20대 초반에 세월호 참사 등을 지켜보며 정부와 국가 시스템에 회의를 갖기 시작해 개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면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과거에 비해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자체가 줄어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미래지향적 사고를 덜한다”고 분석했다.

90년대생은 바로 윗세대인 80년대생에게도 동질감을 느꼈다. 피곤하고 고생하며 삶에 찌든 ‘힘든’(29명) 세대라는 인식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하는’(각 2명), ‘낀 세대’(5명)로 80년대생을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사회에 정착해 직장인(11명)으로서 안정(10명)된 삶을 열심히(10명) 살고 있는 데 대한 부러움도 드러냈다. “20대보다는 낫지만 먹고살기 힘든”, “20대보다 괜찮다는 것이지 정말로 괜찮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누릴 것을 누렸다”는 시각과 ‘원동력·핵심’(7명), ‘버팀목’(3명), ‘전성기’라는 이미지도 있었다.

80년대생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90년대생을 대체로 가엾게 여겼다. “‘이생망’이라며 좌절하고 미래가 없는 모습”(12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의지가 약하고 끈기가 없는”(4명), “버릇없는”(7명) 모습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80년대생 응답자 250명의 90년대생에 대한 느낌은 부정적(110명·44%) 이미지와 긍정적(108명·43.2%) 이미지가 엇비슷했다.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은 90년대생들이 가진 ‘발랄함’과 ‘자유분방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나약’하고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상황을 한탄만 한다”(40대), “스펙은 뛰어나지만 마음껏 발휘하지 못한다”(50대), “현실이 그리 나쁘지 않은데 너무 비관한다”(50대) 등의 훈계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세대 간 대화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90년대생이 확고한 믿음처럼 갖고 있는 ‘공정’을 이해하고 이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자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력하면 점수와 계급(레벨)이 올라가는 게임에 익숙한 90년대생은 살아가는 데에도 노력의 결과를 공정하게 얻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 교수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게임의 룰을 만들고 시장에서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경제적 정의를 통해 계층 간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할 기회’를 제공해 열정과 능력을 갖고 열심히만 하면 몇 번 실패해도 결국은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0년대생들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원재 카이스트 교수는 “86세대가 20대 때 스스로 조직화해 화염병을 던지고 민주화를 이끌어 냈듯이 방식은 다르지만 90년대생도 조직화를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확실히 해야 권력자들이 무서워한다”면서 “90년대생이 30~40대가 되어 사회의 중추가 됐을 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고민하고 미래의 그림을 스스로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 센터장은 “90년대생은 전체적으로 큰 비전에 대한 관심이 적고 탈정치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신의 일상과 관련해선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만큼 여러 이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9-07-3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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