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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구직사이트 보고 취업했다가 체포"…'희망' 낚는 보이스피싱



사건/사고

    [단독]"구직사이트 보고 취업했다가 체포"…'희망' 낚는 보이스피싱

    월 250만원에 금융권 업무보고 지원한 30대 취준생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수금책…현행범으로 긴급체포 후 구속
    취업난 이용해 '구인구직 사이트' 매개로 한 청년 범죄 늘어
    알바노조 "업체와 수사기관, 보다 적극적인 예방 및 대응 필요"

    (사진=연합뉴스)

     

    급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취업난을 틈타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까지 스며들고 있다.

    사이트에 정상적인 회사처럼 광고를 해 취준생들을 고용한 뒤 '수금책'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희망을 악용해 청년들을 범죄자로 몰락하게 하는 악독한 수법인 만큼, 집중 감시·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 월 250만원에 혹한 30대 취준생…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가담

    스키 강사‧연예인 매니저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던 취업준비생 A(32)씨는 지난 4월 한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B파이낸스'라는 금융회사의 구인광고를 보게 됐다.

    '금융권 업무‧영업 보조업무 담당, 기본급 월 250만원'이라는 조건에 마음이 동한 A씨는 해당 회사가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되는 걸 확인한 뒤 정상적인 회사라 판단, 지원서를 냈고 별다른 절차 없이 곧바로 채용됐다.

    면접도 예정돼있었지만, 회사 측에서 "외근업무 경험이 있으니 면접이 필요 없겠다"고 알려왔다.

    이메일로 근로계약서 등 관련 자료도 보내온 터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변 친구와 가족들에게 "취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당초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그의 업무는 '부동산 담보' 가치평가였지만, 출근 이후 회사는 '대출금 상환' 업무도 주요 역할이라고 A씨에게 지시했고, 그는 주로 고객들을 만나 돈을 받으러 다니는 일을 하게 됐다.

    이때부터 자신이 하는 일이 남들이 기피하는 '대부업'이라고 생각해 잠시 불안했지만, 대출금을 받아 회사에 입금만 하면 됐기에 이내 안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었다고 한다.

    근무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지난 6월 14일, 여느 때처럼 '대출금 상환' 업무를 간다며 고객을 만나러 나갔던 A씨는 현장에서 돌연 현행범으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잡혀가는 순간까지 "뭔가 착오가 있었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금책' 역할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쌓인 대출금을 우리가 대신 갚아주고 이자를 싸게 받을 테니 일단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라고 피해자들을 속이면, A씨가 그 돈을 수금해온 것이다.

    경찰은 A씨를 곧바로 사기 미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됐고 최근 기소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A씨는 줄곧 "대부업을 하고 있을 뿐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수사관계자는 "범죄 인식의 고의성을 떠나 행위가 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취업난' 이용 청년 두번 울려…업체‧수사기관 예방 및 대응 목소리도

    이처럼 보이스피싱 조직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정상회사'인 척 취준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피의자로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서울 동작경찰서는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비트코인 거래소의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 된 20대 취업준비생을 검거한 바 있다.

    이 취준생도 "사람을 만나 서명을 받고 돈을 받아 송금을 하기만 하면 된다"는 지시를 받고 일을 시작했으며, 자신이 한 행위가 불법인지 몰랐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난 속 청년들의 희망을 악용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은 물론, 구인구직 업체의 대응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업체들도 구인광고 시 기업을 상대로 사업자번호 유효성 검사‧휴폐업 검사를 하고 '보이스피싱 경고 인터넷 배너'를 게재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알바노조 신정웅 비대위원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사업자 번호만 바꿔가며 같은 구직공고를 반복적으로 올리는 수법을 쓴다"며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공고를 올리거나 시급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도 이같은 범죄가 구인광고를 통해서 추로 최말단을 모집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구인광고가 일어나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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