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하반기 채용시즌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린다. 기업도 ‘인재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의 신변잡기식 면접문화가 사라지고 ‘블라인드 면접’ 같은 유연해진 문화가 뿌리내리는 중이다. <머니S>는 하반기 주요 기업의 채용일정과 트렌드, 달라진 문화를 들여다봤다. 또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미래 경제전쟁, ‘사람이 먼저다’-④·끝] 달라진 채용 환경, 이렇게 준비

# 올 상반기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광탈’을 맛본 취업준비생 서모씨(27)는 대학동기들을 만나 변변한 기술 하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적이 있다. 하반기 채용을 앞두고 서씨는 업무와 관련된 대외활동 이력과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했지만 자기소개서에서 어떻게 어필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쉰다.

취업의 첫 관문인 입사지원서 작성요령을 두고 고민에 빠진 취준생이 많다. 자격증, 대외활동 등 이른바 스펙을 쌓았음에도 자기소개서에 100% 담아내지 못해 서류전형에서 '광탈'이라는 쓴맛을 본 이가 적지 않다.


서류전형은 구직자와 채용담당자의 첫 만남이다. 남녀 소개팅 자리처럼 작은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등 서류작성과정에서 발생한 사소한 실수로 인해 감점은 물론 탈락까지 가능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온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262명을 대상으로 ‘탈락에 이르는 치명적인 서류 실수’에 대해 조사한 결과 86.6%가 ‘탈락 처리하는 서류 실수가 있다’고 응답했다.

서류심사과정에서 탈락하는 실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격조건 미달’이 42.3%로 1위를 차지했다. ‘기업명 및 회사 내용 잘못 기재’(24.7%), ‘지원분야 잘못 기재’(7%), ‘이력서 일부 항목 누락’(5.3%), ‘지정된 제출 양식 미준수’(4.8%), ‘오타 및 맞춤법 오류’(4%), ‘마감 기한 지나고 제출’(3.5%) 등으로 나타났다.


지원자의 서류작성 실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4%가 ‘감점한다’고 했고 19.8%는 ‘실수 종류와 상관없이 무조건 탈락’이라고 답했다. 서류전형 실수에 감점을 한다는 기업들은 100점을 만점으로 했을 때 평균 26.6점을 감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실수가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난 6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9 우수 강소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지난 6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9 우수 강소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여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채용담당자가 끝까지 읽는 자소서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문장이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채용담당자가 궁금해 할 만큼 고심하고 개성 있게 작성해야 한다. 기업의 채용은 탈락자를 선별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서류전형은 구직자가 가진 여러 조건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미 다수의 입사지원서를 검토한 채용담당자는 구직자에 비해 높은 내공을 가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블라인드 전형방식이 확산되면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욕심을 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수많은 입사지원서 서류 속에 파묻힌 채용담당자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이해도를 얼마나 잘 녹여내느냐가 관건이다. 구직자 자신이 어떤 일을 맡게 될지 이해하고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기승전결로 표현하는 것이 스펙보다 더 중요해진 시대다.

올 상반기에 유통계열 대기업에 합격한 신입사원 장모씨(28)는 “인턴시절 겪었던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담을 기승전결 형식으로 풀었다”면서 “처음 결론(과정을 통해 배운 점)을 먼저 도출한 뒤에 기승전결 형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게 합격의 출발점이 됐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이처럼 에피소드 중심으로 작성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에서 기승전결 형식은 필수조건이다. 한장의 짧은 글이라도 기승전결의 구조를 생각해야 하고 능력을 중심으로 개성을 담아야 한다.

재능기부 사이트에서 개인별 취업 컨설팅을 하는 박진호 강사는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놓치는 부분이 바로 기승전결 형식”이라면서 “아무리 업무와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가졌어도 자기소개를 기승전결 형태로 풀지 못하면 무의미해진다. 본인이 경험한 스토리를 자신만의 생각으로 풀어가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기소개서에서 오탈자는 불성실함을 나타내는 표시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미리 써놓은 자기소개서에 기업명만 바꿔 여러 곳에 지원하는 경우가 있는데 채용담당자의 눈에 보이지 않을 리 없다.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샘플이 베껴 쓰기는 편할지 몰라도 어느 순간 지원자의 성실성과 정직성을 의심케 하는 ‘독’이 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서류전형은 채용과정상 지원 기업에 본인을 처음 알리는 단계다. 아무리 뛰어난 스펙과 경험으로 무장해도 사소한 오탈자 하나 때문에 좋지 않은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며 “실수를 발견했을 때는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수정본을 제출하는 등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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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 앞에서 아는 척은 ‘금물’
자기소개나서 역량 평가 대비에만 몰두한 나머지 취업의 마지막 관문인 면접에 소홀해도 낙방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인이 올 상반기 기업 인사담당자 487명을 대상으로 ‘면접 태도 등에서 준비가 안됐다고 느끼는 비호감 지원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지원자 대비 비호감 지원자의 비중이 29%로 집계됐다.

최근 비호감 지원자가 과거보다 증가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44.6%가 ‘늘고 있다’고 답해 ‘줄고 있다’(6.6%)는 응답보다 무려 7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르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면접 에티켓 중 하나로 꼽혔다.

면접에서 이른바 ‘아는 척’은 회사에 대한 정보를 달달 외우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을 강렬하게 어필했다면 면접에서 겸손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면접 에티켓 1위는 ‘회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평소 궁금했던 사항을 질문하기’(40.1%,응답률)로 나타났다. 그 뒤를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답변하기’(35.7%), ‘모르는 질문에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기’(33.4%) 등이 이었다.

아무리 학벌이나 스펙이 좋더라도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 채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박진호 강사는 “면접관들 앞에서 아는 척하는 행동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능력으로 평가된다. 자기소개서와 달리 면접에서는 겸손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