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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학번이에요?” 취업난에 강제 ‘화석 선배’ 되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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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번, 암모나이트·시조새 등으로 불려
취업난 걱정에 한숨…졸업식도 안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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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인턴기자] # 학교를 8년째 다니고 있는 12학번 김모(27)씨는 교양 수업에 갈 때마다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조별 과제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본인의 나이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는 군대, 인턴, 대외활동 등을 이유로 몇 년 동안 휴학을 택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의 동기들은 졸업하거나 취업을 한 상태였다. 그는 "졸업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한 게 아니다. 스펙 쌓고, 군대를 갔다 오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라며 "수업을 들어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몇 해 전부터 대학을 오래 다니고 있는 고학번 선배들은 '화석'에 비유된다. 신입생 눈에는 이들이 오래된 조상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고인물(고인 물은 썩는다는 뜻), 암모나이트, 시조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후배들의 눈칫밥까지 먹게 되는 셈이다.

이들이 '화석 선배'가 된 이유로는 극심한 취업난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했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실업자는 33만6000명으로 전년 33만4000명보다 2000명(0.5%) 증가했다. 이는 2000년 교육별 실업자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로는 대학 진학이 늘면서 취업시장에서 대학 졸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자신이 만족할만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 대신 '수료'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월 기준으로 졸업 유예제도를 운영 중인 4년제 대학 108곳에서 1만2157명이 졸업을 미룬 채 대학에 남아 있다. 이들이 유예를 택하는 이유로는 졸업생보다 재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이나 취업 프로그램 등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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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13학번 김모(25)씨도 2년째 졸업 유예를 택했다. 그는 유예를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취업난'을 꼽으며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 특강에서 '졸업 상태로 백수가 되는 것보다 유예를 택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제쯤 졸업을 하겠냐는 질문에 "취업이 되면 졸업을 할 것이다"고 답했다.


실제로 다수의 기업이 신입사원 선발 시 가장 중시하는 항목으로 '최종학교 졸업 시점'을 꼽았다. 한국직업능력평가원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채용 시 중시하는 항목을 조사한 결과 '최종학교 졸업 시점'이 100점 만점에 19.6점으로 가장 높았다. 졸업 평점(16.2점), 전공의 직무 적합성(14.7점), 출신학교(14.5점)가 그 뒤를 이었다.


대학생들은 졸업 후 공백기를 줄이고자 재학 중 학점, 대외활동 등 취업 관련 활동을 많이 하게 된다. 대외활동을 2년간 했다는 대학생 전모(23)씨는 "취업이 안될까 봐 두려워서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대외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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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워낙 심하다 보니 졸업식에 가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현재 취업 현황과 졸업식 참석 여부 설문조사에 의하면 올해 국내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인 대학생 1112명 중 27.2%(302명)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10명 중 3명이 졸업식 참석 의사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졸업식에 가지 않는 이유로 ▲갈 필요를 못 느낀다(70.3%) ▲취업 준비를 하느라 바빠서(25.7%) ▲아르바이트 등 일하느라 시간을 못 내서(21.5%) ▲취업이 되지 않아서(16.5%)를 꼽았다.


전문가는 대학생 실업난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조처를 제언했다. '대학생 졸업 유예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김지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6) 논문은 "졸업유예자의 규모와 확대되는 층위는 더 이상 정책의 개입 없이 관망하고만 있을 수 없을 만큼 작지 않다"며 졸업 유예 현상에 대응하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미담 인턴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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