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한의 2020년 취업트렌드코리아 #1 : Last 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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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01. 오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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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Test, 공무원 수험시장의 변화

2020년 취업트렌드코리아가 선정한 키워드는 LIMP MOUSE 다. Limp는 ‘기운이 없는’, ‘축 처진’이란 뜻이고, 또 ‘절뚝거리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진척이 안 되다’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취업 시장을 진단할 때 이 단어가 왜 잘 어울리는 지는, 2020년에 대한 대부분의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각각에 해당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 공무원 시험이 인기 있었던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의 취업 준비 방법이 지난 3~4년 동안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변했었다. 스펙초월에서 블라인드에 이르는 공기업의 취업 방법이 그랬었고, 은행권은 채용비리 여파로 아예 채용이 멈췄다가 예전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 스펙초월로 환골탈태해서 다시 채용을 재개하고 있다. 대기업도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 변해가며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다.

그래서 취준생들 역시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취업 준비하면 많긴 하지만 사실 복잡하지는 않았다. 토익에 학점에, 적당한 대외 활동 같이 취업 준비를 시작한다고 하면 공식같이 시작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요즘처럼 다양하게 취업이 뻗어나가는 시대에는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부터 정하지 않으면 취업 준비를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도 한결같은 준비 방법과 안정적인 채용공고로 채용에 예측가능성을 제공한 것이 바로 공무원 시험이다.

공무원이 단순히 연금과 정년이라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청춘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오해하는데, 그건 상당히 피상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예전부터 스펙초월이기 때문에 나이나 학교 때문에 차별 받을 일이 없었다. 그리고 시험방법론이 어릴 때부터 계속 해오던 공부와 비슷하다는 것이 취준생들 입장에서는 큰 장점 중 하나였다.

IMF와 2008년 경제위기를 거쳐오며 공무원 수험생이 늘기도 했지만, 2013년에 고졸인재 공직진출 일환으로 시험과목을 변경했는데 이 때 선택과목으로 사회, 과학, 수학 등 고교과목이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해져 공무원 수험생이 큰 폭으로 증가했었다.

○ 7급에 PSAT도입

그런데 이제 그 잔잔하던 공무원 시험에 큰 파도가 예고되어 있다. 먼저는 2021년에 7급 공무원 시험에 PSAT(Public Service Aptitude Test)라는 능력시험이 도입된다. 이 때문에 공시생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기로 유명한 영어가 퇴출되고, 토익 같은 시험 점수로 대체된다. 한국사 역시 한국사능력시험으로 대체 되게 된다. 그래서 이시한의 2020년 취업트렌드코리아가 선정한 키워드 중 첫 번째 ‘Last Test’다.

한국사나 PSAT같은 과목을 보자니 저절로 떠오르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공기업 취업이다. 국가에서 7급을 PSAT로 바꾸려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잘 안되었을 경우 현재는 일반적인 취업과는 확연히 다른 공부 때문에 대안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기간은 그대로 이력서의 블랭크로 남아 가뜩이나 모자란 취업 준비에 절망을 더했었다. 하지만 7급 공무원 준비가 PSAT라면, 어차피 지금 공기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나 대기업 적성검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PSAT시험을 활용해 많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시험을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다.

문제는 2020년에 7급을 신규로 준비하는 사람이 생기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기존의 수험생들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고 열심히 하겠지만, 2020년에 준비를 시작하면 2021년에 시험이 바뀌어 버리기 때문에 딱 한 번 시험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러니 2020년에 7급을 신규로 들어가는 인원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또한 9급 합격인원 중에서도 근무하면서 은근히 7급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9급으로 시작하면 7급까지 10여년 걸릴 수 있는 승진 길이다 보니, 공부한 김에 틈틈이 더 공부해서 7급 시험을 보려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불리하게 된 것이다.

○ 선택과목 폐지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선택과목 폐지다. 고졸자들의 공직 진출이 조금 더 수월하도록 돕기 위해 사회, 과학, 수학 과목 들이 들어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행정직렬을 포함해서 여러 전문직렬에서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회피하고 이런 기초과목으로 선택 과목을 활용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예가 생겼다. 예를 들어 행정직렬 같은 경우는 필수 3과목인 국어, 한국사, 영어에 선택 2과목 중 행정학과 사회 정도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험에 합격을 했는데 행정법은 잘 모르게 된다. 원래 행정법을 해야 하는데, 이게 사회로 대체 가능하게 되었으니 조금 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시험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선택과목이 2022년에 폐지된다.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탓이다. 늦은 감이 있다. 그래서 2020년도에 9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2020년이나 2021년에 합격을 하지 못하면 2022년에는 과목이 바뀌어 버리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예 지금부터 행정법을 선택하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선택과목 때문에 난이도 조절이 필요해서 조정점수라는 것을 기준으로 그 동안 점수를 삼았는데, 이 조정점수는 국어, 한국사, 영어 같은 기본 과목을 잘 할수록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공무원 시험이 이 세 과목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조정 점수가 폐지되면 다른 두 과목에도 골고루 중요성이 배분되어 한 쪽의 쏠림 현상은 좀 덜할 것도 같다.

○ 공무원 시험 준비의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는 해

공무원 시험의 중요한 변화들이 2021년에 하나, 2022년에 하나씩 차례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사람이라면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2020년의 취업트렌드코리아에서는 이것을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뽑는다. 공무원 시험을 취업과 같이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 조금은 다른 취업의 풍속도가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7급과 취업을 같이 준비하는 모습도 낯설지 않을 것 같고, 사실 5급을 준비하는 행정고시생들도 역시 PSAT를 치르니 그들의 폭도 넓어지게 될 것이다. 노량진의 지형도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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