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라

한솔섬유 원단 R&D부 박근후 부장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해외에서 섬유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섬유업계에서 근무해오다 화학섬유를 연구하고 싶어 2012년 한솔섬유로 이직했다. 현재 원단R&D 부서에서 다양한 섬유 소재와 제조법 연구 및 개발에 힘쓰고 있다.

1992년 설립된 한솔섬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섬유기업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과테말라, 니카라과 해외 공장과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니트 제품을 미주 지역과 일본,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서울 본사에 830명, 해외 법인에 39,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갭, 빅토리아 시크릿, 쥬시 꾸뛰르, 언더 아머,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한솔섬유 R&D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R&D 부서는 하는 일에 따라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디자인R&D 부서와 원단R&D 부서다. 디자인R&D는 말 그대로 옷을 디자인하는 곳이고, 원단R&D는 바이어와 소비자가 원하는 원단을 연구 및 개발하는 곳이다. 시장 조사를 통해 바이어의 니즈를 파악하고, 어떻게 옷을 만들지 생각해 원단을 개발한다. 품질관리도 하고 있다. 제조할 때마다 컬러나 질감이 다르면 안 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실험실에 세탁기가 여러 대 놓여 있는 것이 빨래방을 연상시킨다. 실험실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얼핏 동전세탁소 같아 보이지만 실험실 세탁기들은 모두 국제 표준 규격으로 일반 세탁기와는 그 기능이 다르다. 원단을 세탁해서 물 빠짐과 수축 정도를 체크한다. 옷에 붙은 세탁 라벨 표기도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개발자들은 실험실 안에서 하루 종일 연구만 할 것 같다는 인상이 있다. 실제로 어떤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솔섬유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서도 일부 생산을 하면서 상생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때문에 원단 R&D 부서는 다양한 국내 염색업체나 원단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협력사가 많은 만큼 외근이 잦다. 거의 매일 외근을 나간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일과 중 오후는 거의 협력사 외근으로 시간을 보낸다. 특히 패션과 섬유 분야는 변화가 매우 빠른 역동적인 산업군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앉아서 성실히 일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빠르게 사고하고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섬유R&D 직무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신입사원으로서 처음 들어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직급 별로 하는 일도 궁금하다.
한솔섬유에 입사하면 인턴으로서 3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회사의 모든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익혀 회사의 각 부서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한다. 교육이 끝나면부서로 배정을 받는다. 우리 원단R&D 부서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내부 업무 보조를 맡는다. 샘플을 준비하고 바이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역할이다. 대리가 되면 실무를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에 직접 바이어와 상담을 할 수 있게 된다. 과장, 차장, 부장은 연간 플랜을 계획하며 팀 운영 업무를 맡는다. 

섬유R&D 개발자로서 갖추면 좋을 역량은 무엇인가?
첫째로 긍정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No’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언제나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소재나 제조법을 개발하고 트렌드를 앞서가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사고가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항상 ‘Yes’라는 자세로 사물이나 현상을 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프레젠테이션 능력이다. 바이어 앞에서나 내부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일 일이 많기 때문에 엑셀이나 PPT는 기본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개발자가 흔히 저지르는 오류가 있는데, ‘내가 만든 제품이 최고’라는 인식이다. 자부심을 가지는 건 좋지만 ‘내가 개발한 제품을 내가 살 수 있나?’를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한솔섬유에 입사하려면 섬유공학을 전공해야 하는가?

요즘은 섬유공학 전공자가 많지 않다. ‘사양 산업’이라 천대받는 통에 섬유학과가 많이 없어지고 지원하는 학생도 줄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산업에는 주로 디자인이나 경영을 공부한 사람이 많고 섬유를 전공한 사람은 적은 편이라 언제나 수요가 있다. 섬유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꼭 개발 쪽이 아니더 라도 패션업계에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섬유공학 비전공자라고 해서 취업 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원단R&D 부서만 놓고 보자면 섬유 관련 전공자가 50% 정도 된다. 나머지 50%는 경력직이다. 전공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이직한 경우다. 전공이든 비전공이든 중요한 것은 섬유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입은 많이 뽑는 편인가? 섬유개발이라는 특성상 경력직을 선호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어떤 사람이 필요하냐에 따라 다르지만, 신입은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 한솔섬유 공채도 있지만 섬유R&D 부서는 공채보다는 특채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력서와 면접으
로 이루어지는 공채로는 인재를 검증하기 힘들어서 교수 추천도 받는다. 실제로 면접에서는 떨어졌던 학생이 나중에 교수 추천으로 입사했는데, 딱 우리가 찾던 인재인 경우도 있었다. 짧은 면접으로는 이 사람이 정말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우리 회사에 적합한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교수 추천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또 R&D 부서에 입사하려면 석·박사 학위가 있어야 하나?
학과 교수님은 수년간 학생을 봐왔기 때문에 그동안의 행실이나 성실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물론 학과 성적은 기본이다. 석·박사 학위에 관해 얘기하자면, 학위를 갖고 있어 나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당 학위가 없다고 해서 취업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신입사원 채용 시 학사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사라는 타이틀이 취업하는 데 장벽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고학력이라 기업에서 부담을 가지더라. 그래도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아 회사에 입사했고, 어느덧 9년 차 직장인이됐다.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선배로서 학창 시절 경험해봤으면 하는 것이 있나?
유학이든 여행이든, 해외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진 취약점이다. 해외에 나가면 다른 문화는 물론, 인종도 피부색도 사고방식도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경험을 해보면 확실히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든다. 패션은 역동적인 비즈니스라 낯선 것에 대한 적응력이나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인재가 요구된다. 회사에 해외파가 많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입사지원서는 물론 면접장에서 자신이 적극성과 열린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취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섬유공학은 금융이나 전기, 전자 등과 비교했을 때 인기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섬유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의외로 많다. 굳이 R&D나 기술직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섬유를 전공하면 마케팅이나 홍보 등의 직무를 선택해도 희소성 때문에 섬유 및 패션업계에서는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고 본다. 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연봉만 보고 움직이지 말고, ‘회사에서 내가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까’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또 R&D를 하고 싶다고 해서 너무 전공에만 집중하지 말고 비즈니스 용어나 마케팅 용어를 익혀두면 회사 생활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니, 학교에 다닐 때 무역 영어 등의 수업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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