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라는 말에 이견을 표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의 많은 어린이들이 적절한 교육 기회는커녕 제대로 된 위생시설, 보건시설조차 부재한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국내외 어린이들의 행복을 위해 인도적 손길을 내미는 곳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해외 어린이들의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협력사업팀 오혁준 팀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CHILDFUND KOREA

협력사업팀 오혁준 팀원

(사진=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DB)

안녕하세요. 자기소개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해외사업1본부 협력사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오혁준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국내, 해외에서 어린이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어린이와 어린이를 둘러싼 지역을 중심으로 아동권리 신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동 보호와 관련된 어젠다를 정부나 국제사회에 세팅하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하고, 아동권리에 대한 가치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부모 교육, 교사 교육, 지역주민 교육도 실시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해외 사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크게 직접사업과 협력사업으로 나눕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 11개국의 아동 중심 NGO가 가입되어 있는 국제어린이재단연맹(ChildFund Alliance)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요! 직접사업은 대상 국가에 직접 사무소를 개소하여 국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협력사업은 연맹 협력기관이나 현지 협력기관을 통해 국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차일드펀드 일본이 개소한 차일드펀드 네팔을 통해 네팔 아동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식이죠.

소속되어 있는 해외사업1본부 협력사업팀은 어떤 일을 하는 부서인가요?

팀명에서 알 수 있듯 협력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접 사업을 기획해 제안하거나 협력기관에서 보내온 사업 제안을 바탕으로 사업을 정하고, 협약을 맺고, 사업비를 송금하고, 모니터링 및 성과 관리를 하는 것이 협력사업팀이 하는 일입니다.

Interview 01

협력사업의 ‘A to Z’를
관리하는 협력사업팀

(사진=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DB)

구체적인 협력사업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해당 국가의 협력기관과 함께 사업을 기획하고 나면 사업 제안서를 검토한 후 후원금을 모금합니다. 사업 협약이 체결되면 사업비를 송금하고, 이후 협력기관이 사업을 잘 진행해나가는지 모니터링해요. 성과 관리 역시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교실을 몇 개 지었는가’, ‘아동친화적 시설은 얼마나 있는가’와 같은 ourput과 ‘학교 설립 이후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났는가’, ‘상급학교 진학자가 많아졌는가’ 같은 outcome, 그리고 행복지수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 역시 평가합니다.

성과 관리 과정만 해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 산출 가능한 것도 있지만 행복지수처럼 가시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성과는 장기적으로 접근해 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사업이 얼마만큼 삶의 만족으로 이어지는가를 측정하려면 대상 아동들이나 지역 주민들과 계속적으로 소통해야 해요. 이런 부분은 어떤 지표를 통해 어떻게, 누구를 대상으로 측정할지에 대해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결정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현지의 소리는 다음 사업을 기획할 때 반드시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진행되고 있는 협력사업 프로세스 내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세요?

저는 협력사업 국가들 중 네팔, 라오스, 시에라리온 3개국의 사업을 코디네이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육, 보건의료, 식수위생, 자립지원, 인도적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해요. 추가적으로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12개국 2만 6천여 명 결연 아동들을 돕는 해외 아동결연 후원금 운영과 관리 역시 맡고 있습니다.

담당하고 계신 해외사업에 대해 상세히 들려주세요.

네팔에서는 아동친화적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재난 위험을 경감시키는 아동보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2015년 대지진 이후 많은 산간마을의 학교가 무너졌는데, 정부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라오스에서는 영유아 교육사업을 진행해요.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부모 교육도 실시하고,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 피해 가정 및 아동의 생활환경 개선 및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Interview 02

첫째도 소통,
둘째도 소통!

(사진=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DB)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계시네요! 직접 해외 현장에 나가시는 일도 많나요?

해외 출장이 많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가기도 하고, 2개 국가를 연속해서 가기도 해요. 한번 출장을 가면 짧게는 1주, 길게는 4주 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업 모니터링과 관리를 위해 출장을 가지만 때로는 교육, 평가, 기초선 조사, 사전조사, 후원자 방문 응대를 목적으로 가기도 해요. 포럼, 콘퍼런스, 교육을 위해 사업 국가가 아닌 나라로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해외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한 사업을 관리하시려면 외국어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영어를 많이 사용하긴 합니다. 사업 모니터링을 주로 이메일이나 스카이프를 통해 현지 협력기관과 소통하면서 진행하거든요.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사업적 소통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핵심을 잘 말하고, 이해하는 수준이면 됩니다. 국내에서 사무 업무를 보는 일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영어 실력 이상으로 국어 능력도 중요해요.

언어 능력 외에 맡고 계신 업무에 요구되는 필수 역량은 무엇인가요?

국제 개발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지와 사업을 디자인하고 교육, 보건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사업 제안서를 검토하며 성과 관리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현지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 필요해요. 저도 각종 교육을 찾아 듣거나 동료들과 스터디 및 토론을 진행하고, 기존 사업 관련 문서와 외부 문헌을 조사하면서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하실 때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저의 업무는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계속적으로 동료들과 소통하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이에요. 때문에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지, 산출물 중심이 아니라 진짜 사람을 중심에 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동료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일하고 있는지, 소통할 때 공급자와 수혜자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의 관계로 경청하며 일하고 있는지를 중점에 두고 생각하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03

인생과 가장 밀접한
이슈를 다루다

(사진=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DB)

업무의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업무적인 보람도 정말 많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보람이 더 큽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하면 주민 중심의 사업으로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업무 외에도 종교, 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건설적인 토론과 반성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제겐 가장 큰 보람이에요. 인간관계에서의 행복감이 업무적 보람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동료끼리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근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나 봐요.

해외사업본부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대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평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동료와 경쟁의식을 가지지 않고 마음껏 업무적, 가치적 고민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저희는 삶과 밀접한 이슈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많은 대화를 나누어 함께 깨우쳐가야죠.

반대로 업무적 고충이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해외사업을 국내에서 관리하다 보니 운영하는 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몇 번의 출장만으로는 현지의 니즈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고, 현지 직원이나 주민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렵습니다. 국가마다 사업 운영 방식이 다른 데다 정치, 사회, 문화, 재해에 따른 변수도 작용하고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고충도 많이 발생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현지인들에게 우리는 이방인입니다. 현지의 문화적 유산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선진국의 시스템을 무작정 도입하면 부작용이 나고 말아요. 위생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지인에게는 화장실이 ‘왜 필요한 지 모르겠는 시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이렇게 문화적으로 상충되는 때는 위생시설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부터 사업을 시작하거나 현지의 화장실과 혼합된 형식의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해요.

Interview 04

복지 재단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사진=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 DB)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 몸담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대학생 때 세계의 청년들이 모여 캠프 생활을 하며 환경, 건축, 교육, 농사 등의 활동을 하는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했어요. 총 9번의 국제워크캠프에 참여하면서 작더라도 해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현지인과 이방인이 어떻게 어우러져 가는지와 이런 활동을 가능케 하는 NGO 단체의 역할도 알게 되었고요. 국제 교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국제 자원활동, 국제개발협력 분야로 옮겨가며 여러 단체를 거쳐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NGO, 특히 복지 재단에서 일하는 것에는 약간의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복지 단체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많이들 ‘좋은 일 하시네요’ 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이 일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저는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의 좋고 나쁨을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든 자기가 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리를 추구한다고 반드시 나쁜 일인가요? 좋은 일 나쁜 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고, 좋은 일을 한다는 착각, 그런 환상을 먼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근무해서 좋은 점을 자랑해주세요!

타인의 지속 가능한 삶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지속 가능함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동종업계 타 기관 대비 적절한 수준의 복리후생을 가지고 있고, 급여 수준도 마찬가지입니다. 귀감이 되는 선후배와 동료가 있다는 점도 장점이에요. 또한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서울의 명소와 맛집이 가득한 무교동에 사무실이 위치해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워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갖춰야 할까요?

정해진 조건이나 스펙은 없습니다. 꼭 사회복지를 전공하지 않아도 되고, 어학점수가 없어도 좋아요. 다만 자신이 가진 경험과 강점을 직무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치열한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과 지원동기를 고민해보세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 역시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강연을 듣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직접 관련된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흔히 ‘직(職)’과 ‘업(業)’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지만 둘은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직’은 업무와 직장을, ‘업’은 일생을 두고 자신이 매진해야 하는 일을 말해요. 평생직장을 찾는 것이 아닌 요즘의 취업 준비는 사실 ‘취직 준비’에 더 가깝습니다. ‘직’을 갖는다는 건 이상을 현실로 변화시키고 ‘업’에 가까워지기 위한 과정이에요. 취직 과정을 버리는 시간으로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글과 말로 표현하여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만들 수 있길 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