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수의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당연히 ‘수의사’가 되는 것으로 연결 짓곤 하지만, 생각보다 전공을 살려 갈 수 있는 분야가 많다. 그 중 하나가 VET컨설턴트. 기술지원 수의사로도 불리는 VET컨설턴트는 제약회사 동물의약품 분야의 영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무다.
독일 3대 발명품으로 불리는 ‘아스피린’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기업 바이엘(BAYER)의 한국 지사인 바이엘코리아. 사람을 위한 치료제뿐 아니라 동물의약품에도 주력하고 있어 VET컨설턴트들이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 동물의약사업부에서 근무하는 권오영 VET컨설턴트 직접 만나 직무와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Bayer Korea

양돈사업본부 동물의약사업부 영업2팀
권오영 VET컨설턴트

(사진=잡코리아)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이엘코리아 양돈사업본부 동물의약사업부에서 VET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는 권오영입니다. 대학시절 수의학을 전공했고, 바이엘코리아에는 2016년 인턴을 거쳐, 2017년 3월에 입사했습니다.

VET컨설턴트라는 직무가 다소 생소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해요. 어떤 일을 하나요?

바이엘코리아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뿐 아니라, 동물을 위한 전문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동물의약사업부에서는 반려동물을 케어하고, 식량 사업에 도움을 주는 ‘동물을 위한’ 약품을 다루고 있죠.
VET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동물의약품을 소개하고, 의약품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요. VET컨설턴트를 우리말로 바꾸면 ‘기술지원 수의사’로 말할 수 있어요. 동물의약품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고객에게 맞는 의약품과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해줄 수 있거든요. 이러한 직무 특성으로 인해 수의학과 출신이 많은 편이에요.

구체적인 업무도 궁금해요.

바이엘코리아 동물의약사업부는 반려동물과 산업동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속한 양돈사업부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한다기 보다 식량 산업과 고객의 자산 보호 측면이 강해요.
현재 저는 전국 60개 양돈장을 대상으로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양돈농장과 의약품 대리점 등의 고객을 관리하고, 의약품 사용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죠. 양돈장 한 곳당 작게는 2,000마리에서 많게는 10,000마리 넘게 돼지를 키우는 곳이 있어요. 평균 3,000마리로만 쳐도, 18만 마리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약품을 담당하고 있죠. 고객을 직접 만나서 진행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거의 모든 업무는 외근으로 진행돼요.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일도 직접 진행하나요?

그럼요.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것도 VET컨설턴트의 몫이에요.
신규 고객은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서 발굴하기도 하고, 고객이 소개를 시켜주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판단되는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요.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면 어떤 일부터 해요?

일정 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이 후부터는 현장에 바로 투입돼요. 바이엘코리아의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거예요. 정해진 업무 방법을 익힌다기 보다 자신에게 맞는 업무 스타일을 찾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요. 같은 팀이지만 저의 선배와 저, 후배의 영업 방식이나 업무 스타일이 각각 달라요. 그래서 선배가 저에게 조언을 구할 때도 있고, 제가 후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아마 모두 같은 방법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면 이러한 조언을 얻고 의견을 나누는 건 어려웠을 것 같아요.

Interview 01

VET컨설턴트, 전문적인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

(사진=잡코리아)

VET컨설턴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해요. 단순히 의약품을 소개하고, 컨설팅을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양돈업자, 고객과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 일과 맞을 거라 생각해요.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이고, 동물의약품은 일반 산업과 달리 허가 산업이기 때문에 동물의약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갖추는 것도 중요해요. 이러한 부분이 갖춰져야 고객 니즈에 맞는 의약품을 제안할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우리가 속한 산업분야의 트렌드와 변화를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도전적인 마인드도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되고요.

요즘 양돈업계의 트렌드는 어떠한가요?

과거에 비해 최근 식품 안전성과 먹거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요. 양돈업계도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양돈사업본부 업무는 식량 산업과 고객의 자산 보호 측면이 강하거든요. 이러한 변화와 트렌드에 따라 가축동물의 건강 관리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어요.

구제역이나 AI 등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받는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러한 이슈가 발생하면 농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무척 속상할 수밖에 없어요. 지켜보는 컨설턴트 입장에서도 속이 상하죠. 이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외부인의 농장 방문은 금지되어 있어요. 그래서 전화 등을 통해 고객 상황을 파악하고, 안부를 묻죠.
동물 건강을 관리하는 의약품만 보유한 제약회사도 있지만, 바이엘코리아는 방역 의약품 등도 생산, 개발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에도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찾고, 컨설팅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일반 의약 영업마케팅과 동물의약품을 다루는 VET컨설턴트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MR(제약 영업 마케팅)에 비해 VET컨설턴트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VET컨설턴트는 임상 수련을 통해 고객의 주 업무인 진료와 치료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요. 전문지식을 요하는 분야다 보니, 수의학을 전공한 이들도 많아서 고객에게 전문성을 더 인정받는 면도 있고요.

그럼, 수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직무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과거에는 수의학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생물학이나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전공 출신이 많아요. 특히 양돈사업부의 경우 제품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영업활동도 중요하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어요.

Interview 02

노력을 통한 즐거움을 느끼다

(사진=잡코리아)

수의학 전공자들은 임상수의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일반 기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께서 양돈업을 하셔서 어릴 적부터 동물 건강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농장을 경영하는 분들의 반은 수의사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동물의 건강 관리를 직접 챙기셨거든요. 
농장은 동물을 돌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의약품 도매 등 산업적인 측면도 함께 볼 수 있는데요. 수의학을 공부하다 보니 산업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이 계속됐어요. 그래서 진로 탐색 차원으로 도매사와 바이엘코리아에서 인턴십을 통해 관련 분야 경험을 쌓았는데요. 그 경험들을 통해 지금 선택한 진로에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어릴 적 접한 산업분야가 지금 진로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어떤 산업 분야로 갈지에 대한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사실, 어릴 적 제가 느낀 양돈업자 분들은 가축 냄새도 나고, 고된 일을 하는 분들이었어요. 살아있는 가축을 키우다 보니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는 게 쉽지 않기도 하고요 그런데 커가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국민들의 식탁에 양질의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가축의 건강을 정성껏 돌보는 양돈업의 가치를 알게 됐죠. 그 때부터 아버지와 주변 양돈업자 분들의 노고와 근면성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어요. 되돌아 보면 오히려 이런 생각들로 인해 동물의약품을 담당하는 직업을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 같기도 해요.

임상수의사가 아닌 지금의 진로를 선택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어릴 적 자라온 배경 덕분에 일찍부터 동물에 관심을 가졌지만 임상수의사로 진로를 국한해서 보진 않았어요. 오히려 목표를 정하고 이에 도달하고자 노력할 때 즐거움을 찾는 성격이라,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영업직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활동적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학부 때부터 도매사 인턴십 등을 준비했어요. 부모님께서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셨기 때문에 제 의사를 매우 존중해주셨어요.

바이엘코리아 인턴십 경험도 있다고 들었어요.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나요?

지금 진로를 선택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경험이 됐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의 농장과 도매사 인턴십 등을 통해 볼 수 없었던 다른 면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특히 농장 동물 보호 관련 의약품이 제약사와 대리점, 농장주로 유통되는 과정과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는데 도움이 됐어요.

Interview 03

나만의 개성과 무기를 찾는 게 우선!

(사진=잡코리아)

원하는 직무였어도 막상 실무를 경험해보면 다를 수도 있잖아요. 직접 일해보니 어때요?

아무래도 인턴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경험한 직무여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처럼 저에게 잘 맞아요. 직무 만족도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보람도 정말 좋고요.

수의학 전공자로서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것에 장점은 무엇인가요?

영업 직무의 특성상 힘들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직무가 그렇듯 장단점이 있겠지만, 영업 직무는 내가 한 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무예요. 성과 면에서는 동물 병원에서 근무하는 임상 수의사들이 느끼는 부담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고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측면에서도 임상수의사보다 일반 기업에 근무하는 게 더 좋다고 느껴요. 요즘은 ‘워라밸’과 ‘가지 않은 길’이라는 면에서 임상수의사 지인들로부터 부러움도 사고 있어요. 아, 전공을 살려 활동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에요.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어떤 점을 어필했어요?

영업직에 잘 맞는 성향이라는 것을 어필했어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부분을 어필했죠. 대학 시절, 축제에서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이나 맥주 등을 판매해 이윤을 남긴 경험을 살려 지원한 직무와 연결시키는 등 이 직무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제 후배의 경우 제약 분야의 경험은 없었지만, 유통업에서 쌓은 경험을 어필했어요. 유통이나 마트 쪽은 주 고객층이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와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점을 부각했죠. 이 부분이 축산업 쪽과 맞았고요. 축산업은 사실 보수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과거에는 고객 대부분이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농장주 사모님도 경영을 함께 하시거나, 대리점, 동물병원 실무진들도 여성인 경우가 많거든요. 후배는 이러한 흐름을 잘 파악했고, 이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어필한 거죠. 이처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 혹은 쌓은 경험과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연결 짓는 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함께 일할 후배를 직접 뽑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나요?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사람이요! 바이엘코리아에 입사하기 위한 무엇을 갖추려는 사람보다, 자신이 진짜 어필하고 자부할 수 있는 무기가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스펙을 제외하고 내가 가진 장점이 분명하고, 이러한 부분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과 함께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후배와 외국계 기업으로 취업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다국적 기업은 수시채용이 많아요. 수시로 채용을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적극적으로 지원서를 미리 보내는 것도 추천해요.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진로의 폭을 좀 더 넓게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임상수의사 외의 진로를 택했더라도 진료와 치료 등 임상에 소홀하진 않았으면 해요. 오히려 학부 때 아니면 접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확실하게 배워두는 게 좋아요. 일반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임상 경험과 능력을 보유하면 더 좋은 조건의 직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