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 독공이산(毒公移山)!>
“충성!”, “이상으로 2009년도 학군사관 임관신고식을 마치겠습니다.” 5만 촉광에 빛나는 다이아를 달게 된 그 날이었습니다. 끝이구나 하는 심정도 잠시 이제부터가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동기들과 뒤로 한 채 임관식 내내 식장 한편에 서서 지켜보시던 부모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집에는 큰 선물이 놓여있었습니다. 어려운 지갑사정에도 아들놈 임관한다며 거금을 들여 마련해주신 노트북이었습니다. 그런 큰 의미를 지닌 물건인지라 임관 이후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노트북은 저와의 동거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냥 맘에 들어서만 이 녀석을 계속 쓰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2011년, 하루는 액정이 켜지지 않아 애를 먹던 중, Bestshop에 들러 수리를 받으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들어서면서부터 깨끗한 매장 내부 인테리어와 최신형의 가전제품들에 여기저기 눈 돌려 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장 판매원들과 엔지니어들의 미소였습니다. 같이 미소를 지어도 같은 미소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판매원들과 엔지니어들은 마음 따뜻해지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성심 성의껏 최선을 다해 제품을 수리해주었습니다. 그에 반해, 일부 판매원들은 제 외모를 흘겨보며 무엇을 살 것인지를 분석하기 바쁜 눈치였습니다. 소명의식을 자부심이나 다름없이 여기는 제 마음에 커다란 물결이 일었습니다.
LG라는 대기업의 사람들은 사람의 인격을 단지 구매력의 크기로만 판단하는 것인가. 기업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과연 나라면 수많은 제품들 속에 쌓여 사람을 제품으로 생각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인가. 수십번의 자문자답이 있었습니다.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하나가 곧 여럿이며 여럿이 곧 하나이다. 하나의 시작이 개별 조직원들의 작은 시작을 촉진시키고 곧 그 여러 개의 작은 시작들이 하나의 큰 변화로 나타난다. 그 하나가 제가 되겠습니다. 제게 의문을 던져준 기업의 멋진 비상을 직접 일구어보이겠다는 욕심을 감히 내비추어 봅니다. 하이프라자는 국내 가전유통을 선도하는 3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탁월하고 바르지만 보다 더 탁월하고 바르지 않아서는 안 됩니다.
사회초년생으로 다시 돌아가 첫발을 떼는 지금, 이제는 하이프라자의 고객이 아닌, 고객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원으로서 큰 포부를 안고 하이프라자의 대문을 당당히 두드립니다. 하이프라자 가족들과 함께 시작하고 싶습니다.
하이프라자가 꿈꾸어왔고 제가 꿈꾸어온, 돈보다 사람을 귀히 대하는 하이프라자를 만드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그 귀한 사람들과 업계 3대 기업의 하나가 아닌,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유일의 기업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손가락이 바삐 쓰다듬고 있는 노트북을 보며 재삼 다짐합니다. 1등 기업의 사원은 어떤 자질과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몸소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