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며 출발한 롯데홈쇼핑은 현재 국내 홈쇼핑 Big 4 중 하나로 꼽힌다. TV, 인터넷, 카탈로그, 모바일 등 다양한 쇼핑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필] 롯데홈쇼핑 패션잡화팀 홍현상 MD

대학에서 의류머천다이징을 전공한 홍현상 MD는 2011년 1월 롯데홈쇼핑에 입사한 5년 차 직장인이다.

롯데홈쇼핑의 패션잡화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저희 회사는 상품별로 팀이 나뉘어 있고, 패션잡화팀은 여성화, 남성화, 핸드백, 여행가방, 주얼리 등 잡화류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은 MD가 어떤 디자인의 어떤 상품을 어떤 가격에 얼마만큼의 수량을 판매할 것인지 결정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MD(MerchanDiser)는 한마디로 상품개발자 또는 상품기획자인데, MD가 하는 일은 큰 틀에서 볼 때 ‘영업’과 비슷한 면이 많죠.

패션잡화팀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저는 신발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발류가 방송에서 판매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다 관여하고 있죠. 우선 어떤 상품을 팔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상품의 소재, 디자인, 수량, 가격 등을 다 체크해야 합니다. 판매될 상품은 보통 두 가지 루트로 들어옵니다. 첫 번째는 회사가 돈을 지불하고 사오는 건데, 이를 ‘매입’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협력사에서 납품을 받는 건데, 이때는 우리가 수수료를 받는 위탁 판매가 됩니다. 판매할 물건이 결정된 후에는 방송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방송 콘셉트를 정하고, 쇼핑 호스트를 선정하고, 편성시간대를 협의하는 등의 일이죠.

판매할 제품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여러 경우가 있는데요, 브랜드 라이센스 계약을 따낸 협력사와 계약을 하고 납품받는 경우가 많죠. 또, 저희 MD들이 우연히 좋은 상품을 접하고는 그 제조업체에 연락해서 납품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보통 9시부터 7시까지 근무하는데요.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생방송을 진행하는 홈쇼핑 회사의 특성상 제가 담당하는 제품이 방송되는 시간에는 방송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멘트와 연출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고, 판매현황을 계속 확인하면서 수량이 부족할 것 같으면 빨리 협력사에 추가 생산이 가능한지도 물어봐야 하니까요. 제가 담당하는 제품의 방송이 일주일에 5-6회 정도 편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잡화류는 패션제품이라 시즌에 따라 달라지긴 합니다. 계절적 요인 등에 따라 집중 편성되는 상품도 있고요. 예를 들어 식품 같은 경우는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기 때문에 방송이 연달아 이어지죠.

이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MD에게는 제품의 상품성을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 적극성, 그리고 영업력이 필요합니다. 영업력은 구체적으로 협상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어요. 현재 국내에 홈쇼핑 채널이 6개가 있는데, 좋은 물건을 좋은 조건에 팔기 위해 경쟁이 치열합니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는 좋은 물건을 우리 채널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려면 해당 업체와 접촉해서 좋은 물건을 선점해야 하는데, 이때 MD가 협상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발휘해야 되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다른 채널에서 런칭하지 않은 브랜드를 우리가 처음, 단독으로 판매했을 때, 그리고 그 매출이 좋을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죠. 또, TV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사실 전에는 홈쇼핑 상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좀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오프라인에서 반응 좋은 물건을 2차적으로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죠. 홈쇼핑 전용으로 기획한 상품이 반응이 좋으면 오프라인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는 식이죠. 그만큼 홈쇼핑 상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고, 고객들의 눈높이와 만족도도 높아진 거라고 봅니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제가 담당하는 상품이 방송될 때 방송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겠죠? 내일도 새벽 1시경에 방송이 있습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으니까요. 또, 매출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데, 그에 따른 압박감도 큰 편입니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신발이라고 하면 준비해야 하는 수량이 수 만개인데, 한 시간에 수십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거죠. 그래서 방송할 때면 단 1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합니다.

정말 그렇겠네요. 그럼, 혹시 별로 기대 안 한 상품이 대박을 친 경우는 없었나요?

있죠. 납품하는 협력사에서는 잘 팔릴 거라고 자신 있어 했는데, 물건을 본 MD와 PD, 쇼핑호스트들은 모두 자신 없어 했죠. 그래도 협력사 관계자들이 그 분야의 베테랑이니까 그분들의 ‘감’을 믿고 해봤는데, 정말 매진된 겁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어요. 다들 매진을 예상하며 수량을 넉넉히 준비해서 방송했는데 반응이 너무 안 좋았던 거예요. 이런 경우는 방송 끝난 후 원인을 분석합니다. 그날 공중파 TV에서 빅 이슈는 없었는지, 방송이 너무 느슨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는지, 상품에 대한 설명은 제때 이루어졌는지 등을 체크하죠. 사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TV에서 빅 이슈가 있을 때는 매출이 떨어지거든요. 또 MD 입장에서는 쇼핑호스트나 PD와 호흡이 잘 맞는지도 중요합니다. 방송을 연출하고 진행하는 스타일이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상품을 기획할 때, 판매 상품 방송과 적합한 PD와 쇼핑호스트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웁니다.

방송을 편성할 때는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해서 가장 유리한 시간대를 택하는 거겠죠?

그렇죠. 신발도 브랜드별로 프라임 타임이 다르거든요. 심야에는 젊은 층 대상의 캐주얼 의류나 잡화가 많이 나가요. 오전 8-9시대에는 여성의류가 많이 나가고, 주말에는 가전제품 등 가족용품이 매출이 좋은 편이죠. 일반적으로는 홈쇼핑의 프라임타임을 밤 10시대로 봅니다. 가족들이 대부분 귀가한 상태이고 TV를 많이 시청하는 시간이니까요. 특히 인기 높은 드라마가 있으면 더 좋아요. 드라마 앞뒤로 있는 광고시간에 채널을 많이 돌리는데, 그때 홈쇼핑 상품이 눈에 띄니까요. 아무래도 공중파 TV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MD 업무를 하시면서 입사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다른 점은 없었나요?

저는 홈쇼핑 패션제품 중에 트렌디한 제품이나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제품들이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제 생각과 많이 다르더군요. 일단 주 고객층이 주부님들이고, 타깃 에이지도 높은 편이에요. 우리 팀 같은 경우도 메인 타깃이 40-50세 여성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좀 더 젊은 고객층을 겨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 못지 않게 젊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최근에는 좀 더 패셔너블한 아이템도 많이 취급하고 있습니다.

MD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이나 필수 이수 교육 등이 있나요?

필수 자격증은 없습니다. 유통관리사 자격증은 MD직 입사에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실무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죠. 저는 입사 후 ‘MD직무자격제도’를 이수했어요. 저희 회사에 MD직으로 입사한 사람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직무교육시스템이죠.

대학시절부터 MD 직무로의 취업을 희망하셨나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다양한 패션 스타일과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미국은 입학 후에 전공을 변경하는 게 가능해서 처음엔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스포츠마케팅, 다시 의류머천다이징으로 전공을 두 번이나 바꿨어요. 결국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하게 된 거죠. 그래야겠다 싶더라고요. 여자가 절대 다수라 때로는 남자가 저 하나밖에 없을 때도 많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분야니까 그런 점이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롯데쇼핑의 MD로 입사하기 위해 갖춰야 할 스펙 또는 자질이 있나요?

MD는 영업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어야 하고, 협상력도 필요합니다. 누구 앞에서든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소신, 상사 앞에서도 `No!`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해요. 또, 사내/사외 사람들과 협의해야 할 일도 많기 때문에 원만한 대인관계도 중요합니다.

MD 직무에 종사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MD는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해요. 그래서 저도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수시로 시장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일희일비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판매 실적이 안 좋다고 해서 의기소침해 있다거나 하면, 이 일 오래 못 합니다. 실수를 했더라도 이를 바탕삼아 자기 실력을 키워야죠.

대학시절 꼭 경험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해보세요. 이 일을 하면서 대인관계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죠. 동아리 활동을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니까 대인관계에 도움이 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대학시절에 동아리 활동을 안 해본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저는 축구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같이 연습도 하고, 대회 준비도 하고,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시합도 많이 했죠.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