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입장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영어학원에서 강사 보조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원생들에 대한 인솔과 관리, 제출한 숙제에 대한 채점이었습니다. 인솔업무 때문에 원생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곤혹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며 근무한 덕분에 아이들이 잘 따른다는 칭찬도 받으며 재밌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이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첫 사회생활에서 일어난 사건일 뿐만 아니라, 사전에 언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받은 통보였기에 억울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또한, 한 달간 경고 한 번 받지 않았기에 이유 없는 해고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아르바이트생들을 담당한 직원에게 찾아가서 해고 사유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문제는 글씨체였습니다. 악필이던 제 글씨를 알아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학부모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왔고 이로 인해 제 해고를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작 글씨체 때문이라는 것에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이 아닌 학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고객을 상대하는 일에서 아르바이트생의 능력이 부족한 것은 학원의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부족한 점을 채우려 노력하지 않은 제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글씨체를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록, 영어학원에서 해고를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길 수도 있었던 일을 계기로 제 단점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단순히 제 단점을 고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는 ‘내 관점’보다는 ‘고객의 관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렇기에 비록 그 순간에는 힘들고 이해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지만,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가장 큰 교훈을 얻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