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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직장인] 팀장에게 막말한 사회 초년생의 후회

2022-04-21 09:00 6,942

 

 

대학교 4학년 2학기 초 광고대행사에 취직했다. 6개월 인턴을 마치고 정직원이 될 무렵, 나보다 6살 많은 여자 팀장이 맡은 디자인팀에 발령이 났다. 팀장은 성격도 밝았고, 적극적으로 업무도 많이 가르쳐 줬다. 특히, 내 작업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칭찬도 자주 했다.

 

팀원들 건강도 야무지게 챙겼다. 평소 야근을 많이 하는 광고대행사 특성상 체력이 약해지기 일쑤라며, 회사 복리후생인 헬스클럽 이용도 적극 권장했다. 덕분에 신입인 나도 팀장을 따라 헬스클럽에 다녔다. 강남에 위치한 곳이라 연예인도 볼 수 있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였다. 함께 일하고 운동도 하면서 팀장과 팀원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어느 금요일 저녁, 팀장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 주말에 집에서 작업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퇴근 후 토요일 아침부터 일어나 팀장이 시킨 일을 했다. 당시 컴퓨터가 갑자기 망가져 친구네 집에까지 가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했다.

 

메일 전송 후,
한시름 놓고 일요일을 즐기고 있는데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OO야 이거 다시 해야 할 거 같은데, 오늘 회사에 나올 수 있니?"
"작업해서 웹하드에 올려 놔. 월요일 아침에 바로 쓰게…"

 

헐~ 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에 가서 다시 작업을 마무리 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 했는데, 팀장이 나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그거 다시 해야겠다. 잘 좀 하지 그랬어. 급하니까 빨리 해"

 

소중한 주말을 통째로 바치며 일 했는데, 다시 하란 말을 들으니 갑자기 화가 났다.
순간 욱! 하는 마음에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럼, 앞으로 저한테 일 시키지 마세요!"

 

황당해하는 팀장 표정, 흐르는 적막...
이른 시간이라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몇 분 후 팀장은 숨을 고르며 말을 꺼냈다.

 

"OO야, 원본 파일 좀 줄래? 내가 손 봐야겠다."

 

이렇게 내 건방진 하극상은 조용히 마무리가 됐다. 팀장은 이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다시 언급하지도 않았다. 나 역시 제대로 사과를 하지 못했다.

 

팀장은 몇 개월 뒤 결혼을 한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명백하게 잘못을 깨닫고 뉘우쳤지만 진심 어린 사죄도 못하고 팀장을 떠나 보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당시 한 팀에서 근무했던 동료 결혼식에서 팀장을 다시 만났다. 코끝이 시큰할 정도로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날 이야기를 꺼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 그거? 너무 서운 했지."
"남편한테만 얘기했어. 내가 널 얼마나 예뻐했는데..."

 

고마웠다. 감사하고 미안했다. 죄송했다고, 너무 어렸다고, 철이 없었다고 사과하고 또 사죄했다. 팀장은 괜찮다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그저 너무 반갑다고만 했다.

 

팀장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 자만했다. 잘해주시니까 주제 파악이 안 됐던 거 같다. 돌이켜 보면 정말 가관인 신입이었다. 돌이켜 보면 내 핑계를 팀장에게 뒤집어 씌운 거나 다름 없었다. 주말에 친구네 집에서 노닥거리며 제대로 일을 했을 리 없다. 일요일에 출근해서도 불평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시간에만 쫓겨 열심히 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고 팀장에게 화풀이한 꼴이었다.

 

예전에 회사에서 함께 인턴을 하던 동생이 팀장의 장난에 버럭하고 회사를 뒤쳐 나갔다. 그만둔다는 말도 죄송하다는 말도 없었다.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질 않았다. 얼마 뒤 슬쩍 와 짐을 챙겨 후회만을 남기고 떠났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욱! 하는 순간이 많이 찾아온다. 나야 운이 좋았지만, 그런 순간을 참지 못하면 직장생활은 힘겨워 질 수 밖에 없다. 직장 내에서 5G급으로 소문은 빨리 퍼질 것이고 인성 논란에 휩싸이는 건 시간문제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그 때의 교훈 덕에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배에게 전하고 싶다. '욱!을 다스리지 못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을 거르지 않고 내뱉으면 평생 후회만 남을 것이라고.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으며 스트레스를 키우라는 말이 아니다. 참을 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걸 늘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 ㅣ장한이 


필자 약력
-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긍정 직장인
-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 브런치: https://brunch.co.kr/@workerhanee
- 출간 : <어른의 무게> (2020), <이제는 롱런이다> 카카오페이지 독점연재(2019),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 (2019),<회사에 들키지 말아야 할 당신의 속마음> (2018),
<출근이 칼퇴보다 즐거워지는 책> (2017), # 2017년 세종(우수)도서 교양부문 선정

 

 

‘아직도 직장인’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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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임동규 에디터 ldk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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