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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논술] 노동시간 유연화 논쟁

2023-02-08 09:00 4,639

 

- 이슈의 배경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으로 강경하게 대처하며 국정 지지율이 상승한 윤석열 정부가 여세를 몰아 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구체적 방향을 공개하며 가장 힘을 싣고 있는 문제는 노동시장 유연화, 구체적으로는 노동시간 유연화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勞勞) 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노동시장 개혁의 원년”이라고 말했다. 윤 정부가 제안하는 노동시장 개혁 과제는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서 5개월간 논의 끝에 지난 12월 공개한 권고문에서 이미 제시됐다.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고 직무성과급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를 업종과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간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주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문 물량이 밀려들어 일손이 모자라도,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해서 초과임금을 받고 싶어도 1주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연구회는 이러한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하자고 제안했다. 이때 산술적으로 주당 69시간까지 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4주 가운데 3주는 연장근로를 하지 않다가 일이 몰리는 특정 주간에 한 달 치 연장근로를 모두 몰아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면 전체 노동시간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가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노동시간 유연화에 찬성·반대하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한국 노동시간의 역사

1953년 당시 근로기준법으로 설정된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주 6일제로 주 48시간을 일하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1960년대 고도성장은 노동자의 일상적인 연장 근무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후 민주화달성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안전에 대한 의식이올라갔다.

 

2000년 주 5일제 도입 논의가 일면서 3년간 재계와노동계가 격론을 벌인 끝에 2003년 주 5일제가 도입됐다. 기업 부담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7년 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됐고 2010년 초가 되어서야 주 5일제가 사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주말을 활용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삶의 질과 패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레저 분야가 급성장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주당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됐다.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실시돼 2021년 중소기업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주 52시간제가 제대로 정착되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가 2023년노동시간 유연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이슈의 논점

노동시간 유연화 찬성 “생산성 향상에 도움”

지난 2021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본격 시행되고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이 시작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은 크게 훼손되었다. 연구개발(R&D)과 같은 분야는 절대적인 시간이 확보되어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 획기적인 산업적 가치가 있는 R&D 결과물이 나오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외국 경쟁 기업이 밤을 세워가며 연구개발(R&D)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은 주 52시간제의 족쇄에 갇혀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푸념이 적지 않았다.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주당 90시간, 100시간을 일해도 모자랄 판국에 정부가 주 52시간제로 기업 경쟁력을 하향 평준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장 근로가 필수적인 일부 IT 업체에서는 기형적인 ‘기업 쪼개기’ 방법까지 고안했다. 기존 직원 4~5명을 내보내 외주 업체를 차린 후 그곳에 일감을 분배하는 방법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등 R&D가 중요한 중소기업에서 영세 사업장까지 다양한 시장 상황과 노동 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현재 5인 이상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한시적 추가 연장근로로 8시간 추가 근무가 허용돼 1명이 주 60시간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 예외조항 시한이 끝나면 직원을 더 늘려야 한다. 인건비도 부담스럽지만 새로 직원을 뽑았다가 일감이 줄면 대응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주문이 많은 계절에 많이 일하고 그 외에는 줄이도록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면 중소기업 및 영세 사업장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1주일 단위로만 연장 근로시간 단위를 정해야 하는 주 52시간제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노사 합의를 통해 연장 근로시간 단위를 월이나 분기, 연 단위까지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유연화에 반대하며 사업주가 노동자를 무분별하게 해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 없이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으며 이윤이 크다면 더 많은 연봉을 줘가면서라도 고용을 유지하려 한다. 제도적으로 기업의 해고를 까다롭게 한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 유연성이 낮아지면 한계 기업이 퇴출되는 더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노동자 구조조정이 이뤄질 뿐이다.

 

노동시간과 고용 조정의 유연성이 생기면 생산성 낮은 한계 기업이 퇴출되고 생산성 높은 새로운 기업이 빈자리를 메우면서 더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과거 정부에서 이러한 노동의 시장 원리를 외면하고 정년 연장, 최저임금 인상률 대폭 증가, 주 52시간제 도입 등을 밀어붙인 결과 기업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고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됐고 질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동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지만 저녁이 있어도 ‘지갑이 얇은 삶’은 견디지 못한다. 실제로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2018년부터 부업 참가율은 오히려 올랐다. 돈을 좀 덜 벌어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초과근로를 하더라도 연장수당을 받으며 돈을 더 벌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는 노사 합의를 통해 일정 기간 내 주 평균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정하고 있으며 미국에는 연장 근로에 한도를 두는 규제가 아예 없다.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노동시간 유연화 반대 “해고 대란 일어날 것”

주 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를 들고 나오면서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있다. 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은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에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을 전제하긴 했지만 주휴일을 포함한 1주 최대 근무시간은 69시간에 이른다. 여기에 노동자 동의를 얻어 주휴일까지 일을 시킨다면 총 노동시간은 80.5시간까지 늘어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지난 10년간 10%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보다 200시간 가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연간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많았다.

 

특정 기간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위협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서도 뇌혈관질환 등의 발병 전 12주간 주 60시간 넘게 일하거나 4주간 64시간 넘게 일했다면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높다고 명시하고 있다. 윤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론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보다는 철저히 기업의 이익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기업이 여건에 따라 3개월 정도 채용해 집중 노동을 시키고 해고를 반복하는 일이 일상화될 것이다. 고용 유연성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먼저 고용 안전망이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대량 실업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대량 실업의 고통을 겪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부실한 고용 안전망은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2023년에 고용 안전망 대책도 없이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행한다면 제2의 IMF해고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해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로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므로 과도한 추가 근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노조 조직률을 14%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은 사용자의 작업 지시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늘어난 노동시간만큼 임금이 늘면 노동자들이 만족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노동시간 대비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한 날에 집중적으로 초과 노동을 시키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이 기준을 초과하지 않으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오래 일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낡은 관점이다. 미국, 유럽 등의 봉급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 실험에서 주당 노동시간 감축이 오히려 기업 매출을 높이고 노동 의욕을 고취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32시간만 일하는 국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동 개혁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노동을 이윤 추구 수단으로 보는 후진적인 노동관을 담고 있다. 장시간 노동 체제로의 회귀와 임금 하향 평준화로 귀결될 노동 개악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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