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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테라피] 회사 내 비공식적인 규범에 대하여

2023-05-15 09:00 9,039

 

■ 부모 칠순 1일 경조 휴가,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경력직 입사 1년 차 A씨가 어머니 칠순 경조 휴가를 쓰고 싶어서 조심스럽게 선배에게 물어본다.

A씨 : “곧 어머니 칠순인데요. 하루 경조 휴가를 쓸 수 있는 거죠?”

선배 : “요즘 누가 칠순 경조 휴가를 가나요? 지방에서 잔치가 있는 거예요?”

A씨 : (속으로) ‘선배가 옛날 사람이라 그래. 한 사람에게만 물어볼 수는 없지.’

A 씨는 후배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후배 : “흠…선배가 쓰고 싶으면 쓰는 거죠.”

A씨 : ‘바로 써도 된다고 말하지 않는 걸 보니 쓰는 분위기가 아닌가 보군.’

A 씨는 옆 부서 동료에게 물어본다.

동료 : “칠순 경조 휴가 1일이 있긴 한데, 지방에서 칠순 잔치하는 거 아니면, 안내는 분위기긴 하죠.”

A씨 : 드디어 결론이 났네요. ‘휴가 안 내는 게 낫겠네. 내지 말자.’

 

눈치가 보여요.

A 씨는 왜 칠순 경조 휴가를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을까요? 사규에 칠순 경조휴가는 1일이라고 규정이 되어 있었는데 말이죠. 규정에 있는 경조 휴가를 간다고 어떤 제재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규정에 있는데 A 씨가 여기저기 물어본 것도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규가 사규대로 적용이 되는 회사라면요. 사규에는 있지만 쓰지 않는 분위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눈치껏 쓰지 말아야 할까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분위기 파악해라. 눈치 안 보냐?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어라.

이 말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비공식적인 규범을 강조하는 말들입니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숨겨진 맥락을 잘 찾는 사람들이 있죠. 소위 ‘센스 있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입니다. 딱 꼬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회색지대가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잘못을 한 건 아니지만, 불편한 영역입니다. 센스가 좋은 사람들은 그런 영역을 귀신같이 알아차립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버리니, 굳이 불편하게 지적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공식적인 규범이 있을 때도 왜 눈치를 볼까요?

공식적인 규범이 사회적인 맥락에서 규범대로 기능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규범이 활자로만 남아있는 사문화된 문서일 수도 있습니다. 맥락을 확인해 보는 절차를 필요한 이유입니다. A씨가 여기저기 물어서 교차 검증을 한 것도 그러한 절차의 일환입니다.

비공식적인 규범은 비공식적인 합의에 기반하기에, 위반 시 사회적인 합의 또는 승인을 거절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인간은 무리에서 벗어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무리에서 벗어나 눈에 띌수록 생존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무리에 일원으로 수용되고 인정받고자 무리의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합니다. 무리 안에 있을수록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동물로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습니다.

 

홉스테드(Hofstede)는 비교문화 연구에서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를 비교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맥락 문화에 해당합니다. 고맥락 문화에서는 의사소통이 비언어적인 신호, 공유하는 맥락과 비 암시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사소통은 간접적으로 이뤄집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것이 아니라, 이면에 있는 사회적인 규범과 가치에 따라 해석해야 합니다. 한편 저맥락 문화는 의사소통이 명확하고 직접적입니다. 사실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주장을 뒷받침하고 명시적인 의사소통을 합니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이 다 끝났다고, 직장 상사 퇴근 전에 “먼저 퇴근합니다.”라고 당당하게 인사를 하고 나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내 근로계약서에는 근무 시간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라고 적혀 있고, 내 업무도 6시 전에 일찌감치 마쳤어도 퇴근하려면 ‘눈치’를 보았습니다.

 

코로나로 유연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근무 시간에 관한 인식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지금은 이전처럼 늦게까지 남아있는 직원이 일 열심히 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부장 먼저 퇴근하는 부하직원에게 눈총을 주는 문화도 많이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직장 내 세대 교체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직장 문화도 눈치를 덜 보는 방향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필자 ㅣ이세정 

필자 약력
일상에 소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 브런치: https://brunch.co.kr/@viva-la-vida
- 출간 : <누구나 쉽게 배우는 인사노무사례 100개면 되겠니?> (공저)

 

‘오피스 테라피’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외부필자의 원고는 잡코리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잡코리아 정주희 에디터 jh.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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