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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처

사람에 대한 열정과 긍정적 마음 필요해

소속
난민보호팀(법률지원팀)
등록일자
2015.07.30
조회수
8,661

한국에 있는 국제 난민들을 돕고 그들이 가진 사명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법무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 피난처를 찾았다. 난민들이 난민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난민인정절차와 법적인 문제를 지원하고 돕는 이재린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사단법인 피난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1999년에 설립된 법무부등록 비영리민간단체(NGO)입니다.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국제 난민과 탈북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며, 난민 신청절차 법률 지원과 난민 아동의 교육과 숙소 제공 등 생활 지원 및 취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희 피난처는 크게 난민들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인정 절차를 돕는 법률팀,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주거지 및 의료, 교육을 지원하는 생활 지원, 난민들의 자립과 재능을 발굴, 개발시키고 취업까지 이어주는 취업파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뒷받침 시켜주는 행정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사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저는 난민보호팀의 소송 담당 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처음 난민 신청을 하면 법무부에서 서류 심사 후 인터뷰를 진행해요. 이때 난민 신청이 거부되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의신청에 대해 또 불허가 되면 난민 분들이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사법부 심사로 넘어가게 되지요. 이때 저는 변호사와 조력하여 법무부의 결정이 적법했는지, 심사 때 놓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난민으로서 인정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고 난민 사유의 진정성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본국 정황에 대한 리서치 수행과 증거자료를 확보하여 그들이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스토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난처에는 어떻게 입사하셨나요?
대학생 때 지인의 권유로 피난처에서 중국인 난민을 통역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처음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난민이슈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피난처에서 통·번역 활동가로 5개월간 활동하다가 난민 이슈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싶어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난민보호팀 인턴으로 일을 했어요. 인턴이었지만 열정을 다해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날 간사 직 제안이 왔고, 이 곳이 내가 있을 자리라는 확신이 들어 정식 스태프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주위 지인 분들이 NGO에서 일하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제가 좋아하고 열정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축복인 것 같아요. 

비영리단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일단 재정적인 부분은 시민이나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금에 100% 의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스탭들이 외부 프로젝트를 맡아 난민 관련 연구와 활동들을 진행하고 자금을 운영하기도 해요. 국가나 기업에서 하는 프로젝트나 사업을 따고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방식이죠. 피난처 업무에 있어서는 세부 파트로 나눠져 있긴 하지만, 결국 난민을 지원한다는 것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체류 지위와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취업과 생활지원이 다 같이 지원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과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해요. 또한 저희 단체의 경우 일반 기업과는 다르게 수직 구조가 아닌 수평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대표님 밑으로 같은 직급인 간사 6분이 함께 협력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인턴을 활발하게 채용하던데요.
저희는 피난처를 거쳐가는 모든 인턴 분들과 활동가들이 이곳을 통하여 성장하고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사람으로 세운다는 가치를 가지고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팀 별로 인턴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각 팀 당 3명씩 6개월 일하게 되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연장도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는 인턴 보수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의 경우 작지만 활동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서 소정의 수고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피난처에서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난민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언어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난민들은 아프리카와 영어권 국가에서 오기 때문에 영어와 제2외국어인 불어, 아랍어 등의 소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신 분이라면 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라면 언제든지 피난처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그런데 난민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난민들은 강제적 이주자로, 부당한 박해나 차별로 본국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은 난민이라 합니다. 법적으로 조금 더 엄격하게 보면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의견의 다섯 가지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특별히 난민 협약 상 난민으로 바라보고 국제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피난처에서 바라보는 난민은 그저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자신들의 굳건한 신념과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본국에서 투쟁하다가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여 제 3국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분들이 ‘난민’이라 하면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는데, 사실 많은 난민 분들이 의식이 투철한 만큼 지식인층이고 민주주의적 항쟁이나 정치적 의견 차이로 박해 받아 도망쳐야 할 만큼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을 당시 대한민국이라는 독립국가를 세우기 위해 투쟁했던 김구 선생님과 안창호 선생님도 당시 난민이었죠. 누군가가 그들을 보호해 주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듯이 우리나라도 이제는 누군가를 보호해줄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잠시 피난처를 찾아 온 난민들에게 한국에서의 시간이 그저 버려지는 시간이 아닌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라를 변화시키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람들 키우고 세워주는 미션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한국으로 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해상황에서 가장 빨리 본국에서 도망쳐야 하는데 제일 먼저 나온 비자가 한국이었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에요. 한국에 정착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유럽을 가기 위한 경유지로 생각하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유럽국가들이 난민 제도가 잘 되어 있고, 난민 인정율이 훨씬 높고 살기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길이 대부분 열리지 않기 때문에 결국에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밟게 되는 거죠. 에티오피아 같은 경우는 여전히 독재정권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민주항쟁에 대해 관심 있고 배우고 본국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한국을 선택했다는 분도 간혹 계세요. 그 외에는 한국이 선진화된 국가라는 걸 알고 직업을 구한다거나 본국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오시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한국으로 난민으로 온다고 해서 모두가 난민의 자격으로 체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난민들은 우리나라 법무부 난민 심사라는 난민 신청 과정을 거쳐야 하고 난민 인정이 되지 않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랜 심사 기간을 거쳐야 하며, 그 오랜 심사 기간 동안 생계적인 부분을 포함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권리들이 제한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난민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데 많은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난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던데요?
일단 한국어 교육을 무료로 운영합니다. 자원 봉사자들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는데요. 3개월 과정을 통해 한국어 책을 한 권 마치게 되면 책거리도 하고 증명서도 발급해드려요. 정착에 도움이 되고 스스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서 다들 뜻깊게 한글을 배우고 계세요. 그리고 여성 난민 자립 프로그램 중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는 ‘Mom Chef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난민 여성분들이 본국의 아프리카의 음식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먹으며 한국 사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나아가 소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밖에도 난민 분들이 한국에 처음 와서 정착을 돕는 1:1 멘토링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국하고 처음 6개월간 함께 멘토가 되어주어 그들이 한국 사회에 보다 더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건강한 정신과 신체로 강하게 버텨야 다른 사람 지킬 수 있어


일하면서 희비가 교차하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난민은 계속 들어오고 있고 누가 진정한 난민인가를 가려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지혜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난민은 ‘G-1’이라는 임시 체류 비자로 살아가는데, 그 지위로는 한국에서의 역량을 펼칠 수 없고 누릴 수 있는 권리 또한 제한된 것들이 많아요. 저희는 난민들이 한국에서의 시간이 인생에서 낭비되는 시간으로 버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난민과 상담하다 보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격려하면서 제가 도와주겠다고 말을 해요. 때론 조언을 하는 제 스스로에게도 자신 없을 때가 있어요. 저의 도움이 한계가 있고 제 말이 그분들께 의미가 있을까 회의가 들 때도 있죠. 그런데 난민들은 저의 그러한 조언이 그들로 하여금 오늘을 살게 해주는 말과 같다고 말해요. 그럴 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요. 제게 감동과 용기가 되는 말들이죠. 물론 힘들 때도 있어요. 난민들은 제게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데 그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법적인 문제들일 때, 무기력함으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어요. 하지만 이 분야의 길을 저보다 앞서 걸어갔던 선배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답이 없는 상황의 난민들이 몇 년 지나서 난민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그 문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되어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을 얻어요. 이번에 실제로 8년간 난민 심사를 받고도 패소했던 난민이 최근에 난민 인정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람의 앞길은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교훈을 배웠어요. 어려움을 거쳐 맺게 된 열매는 정말이지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여전히 많은 장벽들이 있지만, 저와 같은 젊은 활동가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예전에 대학생일 때는 얼른 역량을 키워서 막연히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실제 난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일을 하다 보니 굳이 어떤 직장,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보다는 사람을 돕고, 변화시키고, 세우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감당하는 자리라면 그곳이 어디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피난처와 같은 비영리단체에 관심을 두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열정과 내가 이 일을 하는 목적이나 사명감이 가장 기본 마음 가짐인 것 같아요. 또한 난민들은 본국에서의 박해로 인해 트라우마와 두려움속에 계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잘 이끌어주기 위해서는 도와주는 사람이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수인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열정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이 전가되서 스스로도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사람들을 도우려면 나부터 강하고 건강하게 서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끈기와 인내 없이는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저 또한 배워가는 중이에요. 난민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셨으면 좋겠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용기 있게 살아가는 난민들을 격려하고 세워주는 역할에 보다 더 많은 분들이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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