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마인드를 갖춰라
유니클로 제품 하나쯤 없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니클로는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론칭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보일 정도라고. 유니클로 잠실점에서 총 40명의 직원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오경택 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잠실점 오경택 점장
2013년 3월 공채로 입사해 올해 업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6개월간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현재 유니클로 롯데백화점 잠실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글로벌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로, 현재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약 1,5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FRL Korea)는 2004년 12월 설립되어 총 4,9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2005년 서울과 인천에 유니클로 매장을 처음 오픈한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3년 회계연도 전체 매출액이 단일 패션 브랜드로서는 최대 규모인 8,954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직원 개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임을 강조, ‘완전 실력주의’와 ‘전원 경영’, ‘글로벌 원’을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영 방침 중 ‘완전 실력주의’는 채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유니클로는 이러한 경영 방침에 따라 신입사원 모집 시 나이, 학력, 성별에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학력 제한을 폐지하고 UMC(UNIQLO Manager Candidated, 이하 UMC) 전형을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승진 시스템 역시 이러한 경영 방침을 그대로 반영했다. 유니클로는 연간 2회의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및 업무 성취에 따라 입사 후 평균적으로 1년, 빠르면 반년 만에도 점장이 될 수 있다. 인사팀에서는 6개월마다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작성하는 커리어 계획과 성과 목표를 확인 평가하며, 교육을 전담하는 부서인 ‘FRMIC(Fast Retailing Management & Innovation Center)’에서는 직원들의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유니클로 UMC 전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점장은 하나의 점포를 이끄는 리더다. 또 혼자 하는 일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 많다. 이러한 점이 매력적이었다.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적성이나 성향과 잘 맞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실제로 업무를 해보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패션 유통 기업 중에서도 유니클로를 선택한 이유는 기업 철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유니클로는 완전 실력주의를 추구한다. 때문에 학벌,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실력만 있으면 기회와 보상이 주어져 나의 역량과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니클로 UMC 전형으로 입사하면 처음부터 점장을 맡게 되나?
아니다. UMC 전형에 합격하면 도입 및 실무 연수 등의 인턴 과정을 거쳐 점장으로서의 역량을 갖춘 다음 승급하게 된다. UMC 단계에서 점장이 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한다. 6개월 만에 승급하는 이들도 있고, 기간이 조금 더 걸리는 이들도 있다. 즉 본인의 역량에 따라 승급하는 기간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니클로에 지원할 때 어느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
입사 비결이 있다면 알려달라.아르바이트, 대외활동 등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점장은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동아리 및 학생회 활동, 장교로서의 군 생활 등 리더십을 쌓을 수 있었던 경험들을 직무에 맞춰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녹여냈다. 면접에서는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있게 임했던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주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점장은 하나의 점포를 경영하는 경영자 역할을 한다. 함께하는 직원들의 인사 관리부터 상품, 매장, 재고 관리는 물론 점포의 손익을 관리하고 책임진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전날의 실적을 체크하고, 어떤 상품이 인기가 있는지, 재고가 많은 상품은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분석해 당일 매장 운영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매장을 오픈한 후에는 직원들 업무나 서비스적인 것들에 대해 확인하고, 틈틈이 매출을 확인한다. 또 수요가 높은 상품이 부족하지 않도록 보충하고, 본사의 방침과 점포의 특성에 맞게 제품의 위치를 선정한다. 직원들의 스케줄 관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월 단위로 스케줄을 짜고, 큰 틀이 잡히면 상황에 따라 주와 일별로 세분화하여 업무를 조율한다. 점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다. 매장 운영 특성상 주말 대신 평일에 이틀 쉬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점포를 운영하는 만큼 책임감도 클 것 같다. 부담이 되지는 않나?
유니클로에서는 UMC 전형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경영자가 되고 싶으면 입사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채용에서부터 이런 슬로건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직무에 지원하는 이들은 많은 책임감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감이 따라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실제 업무를 할 때도 단순히 본사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한 점포의 경영자로서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상품 관리나 매장 레이아웃 등을 하는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점포 이동도 해야 하나?
이동이 있다면 한 점포를 맡는 기간은 평균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점장이 되었다고 해서 한 지역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나 역시 점장이 된 후 서울 관악구, 전라남도 광주, 서울 잠실 등 여러 점포의 점장을 맡았다. 점포 이동이 있지만 맡는 기간이 짧은 건 아니다. 배치가 된 후 평균 1년 이상 특정 점포를 담당한다. 점장직에도 단계가 있는데, 승급을 하고 역량이 쌓이면 매출이 높은 점포로 배치되기도 한다.
유니클로 매장을 들러보면 직원들 모두 유니클로의 옷을 입고 있더라.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직원들이 입고 있는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전략인가?
실제로 직원이 착용한 제품을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도 많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직원들끼리 베스트드레서와 워스트드레서를 뽑는 작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흔히 베스트드레서에게 큰 상품을 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운영하고 있다. 워스트드레서로 뽑힌 직원에게 유니클로의 제품으로 포상하고, 베스트드레서에게는 별다른 포상을 하지 않는다. 워스트드레서로 뽑힌 직원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부분을 판매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패션 브랜드인 데다 특히 매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직원들은 브랜드의 얼굴이기 때문에 자사 제품을 입는 것이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업무를 하면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점장은 항상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야 매장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 함께하는 직원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매장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서비스 마인드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점장직도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 중 하나다. 때문에 유니클로 UMC 전형에 지원하고자 한다면 꼭 패션업계가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업을 경험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니클로에서 근무해보니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능력에 따른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유니클로는 6개월 단위로 승급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본인만 잘하면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국내 매장에 그치지 않고 해외 근무 기회가 제공되는 것도 좋다. 현재 12명의 국내 직원들이 일본과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점장, 출점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기업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 가능성이 무척 높다.
유니클로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면 공채에 도전할 때 플러스 요인이 되나?
다른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에서의 인턴 경험이 있거나 공모전 수상경험이 있으면 가산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공식적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유니클로 매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면 아무래도 다른 지원자들보다 업무나 기업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꼽는다면?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컬래버레이션은 각기 다른 분야의 브랜드가 공동 작업을 통해 제품을 기획,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디자이너, 아티스트, 캐릭터 등 다양한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여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특히 질 샌더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제품은 당시 고객들이 줄을 서서 제품을 구입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고급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유니클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가을에는 전 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 출신의 크리스토퍼 르메르의 브랜드인 ‘르메르(lemaire)’와 프랑스 모델 출신 디자이너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Inès de La Fressange), 디즈니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니클로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유니클로와 함께 스페인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 국내에서는 유니클로의 인지도가 매우 높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SPA 브랜드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는 스페인의 SPA 브랜드인 ‘자라(ZARA)’다. 유니클로는 아직 스페인에 진출하지 않았는데, 훗날 유니클로와 함께 스페인 시장에 진출해 유니클로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후배를 직접 뽑게 된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하고 싶나?
업무를 해보니 소위 말하는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스펙이 좋은 사람보다는 사회 경험이 다양한 후배와 함께 일하고 싶다. 많은 사회 경험을 통해 얻어진 사회성과 일과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잘 갖춰져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다.
박재은 기자 je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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