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맛있더라”]
군 복무 시절, 조교 보직에 있다가 사단 참모장 근무병으로 선발되어서 사단 비서실 근무를 하게 되었다. 참모장실은 사단장실과 같이 있기 때문에 사단장 근무병의 부사수 역할도 함께 수행했다.
전입 온 첫 주에 사단장 근무병이 일과 시간에 근무를 나가면서 자리를 비우게 됐다. 보통 커피를 마실 때 달달한 믹스 커피를 찾지만, 당시 30사단장이었던 류성식 장군은 Hand-drip으로 직접 내린 커피만 찾았다. Hand-drip은 커녕 아메리카노도 쓰다고 마시지 않던 나였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내린 커피를 들고 갔다. 커피를 마실 때에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던 분이 정리하러 들어갔을 때 한 마디를 하셨다.
“너가 커피를 만들었니?” 그 자리에서 "네, 제가 내렸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돌아온 말은 "한 번 마셔봐라"였다. 사단장실을 나오자마자 내가 만든 커피를 마셔보았다. 쓰진 않았지만 다소 연했다. 사단장에게 만족감을 선사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결심을 했다. 주말에 외박을 나가서 커피 맛이 무엇인지 알아오기. 이틀에 걸쳐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맛있는 커피가 어떤 맛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중에 있는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의 아메리카노를 2잔씩 마셨다. 드립커피로 유명한 카페도 찾아가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직접 체험했다. 틈틈이 온라인으로 Hand-drip의 노하우를 찾아보았다. 외박에서 복귀하자마자 비서실로 달려가서 이틀 간 마셨던 커피의 향과 미각을 떠올리며 저녁 점호 직전까지 커피를 만들었다.
2시간 동안 커피만 내리니 가장 맛있는 온도와 drip의 방법을 설정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내가 만든 커피를 사단장님에게 가지고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커피 잔을 치우러 갔을 때 하셨던 말씀을 잊을 수 없다. “커피,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