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학창 시절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을 보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 중국판 코난 책까지 섭렵했다. 국내에서는 절판됐지만, 직접 베이징 서점 20여 곳을 돌아다니며 얻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나는 한번 물면 끝까지 가는 사람이다. 코난을 좋아한 이유도, 그의 집념과 적극성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지나칠법한 증거를 파헤쳐서 숨겨진 범인을 발견해냈다. 현실 속 사건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데도 끝까지 문제를 쫓는 ‘집념’과 ‘적극성’이 필요하다.
지난해 ‘학교폭력 미투’가 일어났을 때,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제도 부실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피해자가 많았다.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제도 보완에 도움이 될 수 있어 귀한 가치가 있다며 설득했다. 마침내 피해자 몇 명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언어폭력을 ‘장난’으로 치부해 학교 측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말을 들었다. 피해자의 입장까지 담아낸 보도로 한국일보 기획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주목해야 하지만 묻혀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쫓는 기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TV조선 <따져보니> 코너 인턴으로 활동하며, 한번 코로나19에 확진되면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 말의 진위를 확인했다. 주변에 재감염된 지인을 본 적은 없지만, 저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팬데믹인 만큼, 다양한 나라의 연구 자료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뉴욕 보건부 연구 자료와 덴마크 혈청연구소 연구를 취재했다. 취재 결과, 새 변이가 나타나면 재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취재한 내용은 코너에 실렸고, SNU 팩트체크 우수상을 수상했다. 알려진 정보도 끝까지 따라가 볼 때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민선 8기 강남구청장 취임식이 호화스럽게 치러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른 구청과 달리, 강남구청장은 코엑스에서 취임식을 진행했다. 국민 세금이 과도하게 투입되는 것은 아닌지 문제의식이 생겨 취재했다. 담당자의 답변 거부가 있었지만, 여러 차례의 도전 끝에 ‘1시간 취임식에 약 6000만 원이 소요됐다’는 단독 보도를 할 수 있었다. 취재에 어려움이 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에 의문을 품는 자세로 몰랐던 사실을 발굴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발굴해낸 사실은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고, 국가의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조선비즈에서 그럴싸해 보이는 정보에도 물음표를 던져 정확한 사실을 알아내는 기자가 되겠다.
"홍신영"
‘홍신영’ 친구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다. 홍길동처럼 전국 곳곳에 출몰한다는 뜻이다. 홀연히 나타난다는 점은 같았지만, 누비는 장소와 목적은 달랐다. 홍길동은 탐관오리를 벌하기 위해 부자로 유명한 최진사 집에 나타났지만, 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을 찾아갔다.
대학 내 500개가 넘는 강의실을 모두 돌아다닌 적이 있다. 대학 강의실 내 인터넷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수업 진행이 어려웠다. 와이파이가 충분히 설치돼있다는 학교 측의 설명과 달리, 왜 연결이 안 되는지 알고 싶었다. 직접 인터넷 연결 문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캠퍼스 전체를 혼자서 조사하는 일은 어려워, 수업을 같이 듣던 학생들에게 함께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뜻이 맞는 학생 서너 명과 구간별로 범위를 나눠 조사했다. 마침내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강의실도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테스트 결과를 학교 측에 전달해 추가로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결정을 끌어냈다.
역사 기록을 보는 것을 넘어 역사의 현장까지 찾아갔다. 대학에서 중국의 역사를 알아보는 수업을 들었다. 중국 현지에 우리나라 독립운동 자료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그 현장인 상해로 향하기도 했다. 국내에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 외에도 상해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주목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알아봤다. 그중 임시정부 자금 모집에 참여하다 상해로 망명해 비행사의 길을 걸은 권기옥의 삶을 조명해 VR 기사를 만들었다. 한 독자가 “그런 사람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주목해야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해 내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궁금증도 끝까지 따라가 볼 때,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묻혀있는 진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기자가 되어서 내가 마주할 현장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내기 어려운 사실을 맞닥뜨릴 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취재에 도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어떤 현장에서든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 의문을 쫓는 기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