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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주차] 금주의 Thema 인문학+

2017-09-11 03:52 2,603


대중문화계 번진 ‘롤리타’ 논쟁...
마녀사냥 멈춰라


최근 연예인 수지가 공개한 화보가 ‘롤리타(미숙한 소녀성과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문화적 코드)’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롤리타라는 말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가 1955년에 쓴 소설 『롤리타』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 헌버트는 12살 소녀 돌로레스 헤이즈(애칭 롤리타)에게 첫눈에 반해 성적도착증을 보이고 결국 파멸하고 마는 인물이다. 이때부터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고 이를 즐기는 것, 소아에 대한 이상 성욕’을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한국 대중문화계에서는 롤리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의 화보 등이 롤리타 코드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의 중심이 된 수지의 화보집은 2015년 10월에 출간된 ‘suzy? suzy’ 화보 일부다. 옛날 이발소를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에는 다양한 소품들과 어우러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수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네티즌들은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과 사진 속 수도꼭지의 위치, 옷걸이의 위치 등이 성적 코드를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이라며 ‘퇴폐 이발소’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가 장난치듯 넥타이를 머리에 묶은 것이 롤리타 코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대해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본인과 작가의 원래 의도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악의적인 댓글 등에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보를 작업한 오선혜 사진작가는 악플러를 고소했다. 오 작가는 “수위나 논지가 너무 비상식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롤리타 클리셰가 짙으니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건 무슨 억지 논리인가. 이런 억지가 대중예술 탄압의 시발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대중문화에서는 세일러복이나 하얀 속옷, 팔·다리가 없는 듯 에로틱하게 연출한 포즈 등 롤리타 논란을 불러오는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아동과 청소년을 성적으로 대상화함으로써 어린 몸을 향한 금기의 욕망을 자극하는 한편, 여성에게 수동적이고 연약하며 어려보이는 모습으로 섹스어필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줄곧 “롤리타 코드가 곧 소아성애와도 연결되므로 아동성범죄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런 논리로 일부 여성 연예인들은 롤리타 논란의 표적이 된 바 있다. 가수 아이유 역시 지난 2015년 미니앨범 ‘챗셔(Chat-Shire)’에 수록된 곡 ‘제제’의 가사를 두고, 출판사 측이 소설속 캐릭터 제제를 성적대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에 휩싸인 여성 연예인들에게 소아성애와 아동성범죄를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행동을 저질렀다는 비난이 가해졌으며 일부 언론 역시 이러한 비난을 두둔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범죄를 조장했다는 논쟁은 편견에 불과하다. ‘롤리타=소아성애’라는 등식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롤리타 코드는 물론 소아성애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대중적으로 정착된 지 얼마 되지않아 여기에 대한 개념상의 혼란이 심하다. 이런 혼란을 바로 잡고 교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조차도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 적는 것이 현실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소아성애증(小兒性愛症,pedophilia)’은 사춘기 이전의 아이에게 이상성욕을 느끼는 증세다. 아동 대상의 성적 대상화는 당연히 사회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에서 공유되는 광의의 롤리타 코드는 이와 별개로 대개 사춘기와 성인의 경계에 결부된 여성적 에로티시즘을 어필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롤리타 논란에 휘말린 대부분의 작품이나 작가들 이 묘사한 대상은 아동이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품은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로 불리는 로타작가의 작품이나 영화 ‘은교’처럼 아동이 아닌 성인 여성이 사춘기 이후의 미성년자 콘셉트로 묘사된 것이다. 아이유의 ‘챗셔’ 화보처럼 성인이 여성의 성숙함과 소녀의 미숙함의 경계를 연출한 작품들도 소아성애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롤리타 코드를 소아성애로 연결 짓기 위해서는 ‘어린 여성에 대한 선호가 곧 아동에 대한 소아성애로 이어지고 그것이 아동성범죄’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타당해야 한다. 하지만 아동성범죄는 소아성애 성향이 없음에도 범죄자가 상대적으로 저항 가능성이 미미한 약자들에게 자신의 공격적인 성 충동을 발산하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결국 사회문화적으로 ‘롤리타 논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기보다 이런 현상 자체를 흥밋거리나 여성 연예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치부하다보니 롤리타 코드에 성범죄의 클리셰를 덧씌운 것 아닐까.


 

롤리타 코드를 담아낸 작품에 대한 대중의 생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수지의 화보도, 아이유의 작품도, 설리의 인스타그램 사진도 그것이 훌륭하든 그렇지 않든, 외설적이든 아니든 그들 자신의 자기표현 욕구에 기초한 것이다. 작품에 대해 비평할 수 있으나 그들의 자기표현 욕구 자체를 매도할 정당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롤리타=소아성애’의 논리를 끌어들이며 범죄와 무관한 표현을 범죄시하는 측면이야말로 여성에게 자기검열을 요구하는 폭력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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