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원 메뉴

개인회원 정보

이력서 사진
이력서 사진 없음
로그인 링크
로그인
회원가입 링크
아직 회원이 아니세요?

개인회원 서비스

취업뉴스

시사

[44주차] 금주의 Thema 인문학+

2017-11-07 03:09 1,220

역사 영화 신드롬...
‘팩션’인가 ‘왜곡’인가

광해(2012)·관상(2013)·역린(2014)·명량(2014)·국제시장(2014)·사도(2015)·암살(2015)·인천상륙작전(2016)·덕혜옹주(2016)·고산자, 대동여지도(2016)·밀정(2016).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취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서 근·현대사까지 다양한 시대에 벌어진 사건들을 다루고있다. 최근 역사를 소재로 영화·드라마·소설 등 창작물을 제작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오픈형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근래 제작된 영화 가운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65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22편가량 된다. 역사가 대중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역사를 소설이나 영화 등 문자와 영상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역사 전문가들은 당대의 시대상과 역사적인 사실을 객관적으로 재현할 것을 강조한다. 반면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현상을 숨기고 압축해서 표현하는 은유의 재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근 개봉한 ‘덕혜옹주’는 물론,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 모두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화와 실존 인물을 다루는 영화라면 종종 드러나는 문제가 역사 왜곡이다.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100% 실제를 재현할 수는 없다. 물론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합성어인 ‘팩션(faction)’이 역사 왜곡이란 비판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정에 호소하며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역사 왜곡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밀정’(감독 김지운)의 모티브는 ‘황옥 경부 사건’이다. 의열단이 1922년 일제의 주요 통치시설과 총독 등 총독부 요인을 암살하는 공작을 추진하다가 실패했었던 사건이다. 이를 추진한 건 의열단원 김시현이지만, 추진 과정에 현직 경부였던 황옥이 가담했었다. 극 중 이정출(송강호 역)이 황옥이란 인물에서 따온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가 의열단의 동지였는지 아니면 진짜 일본의 밀정이었는지는 지금도 역사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극 중 의열단장으로 등장하는 정채산(이병헌 역) 역시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지만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지운 감독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테크닉과 재능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실존 인물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과 부담감을 덜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킨 지도꾼 김정호(차승원 역)의 감춰진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역사상 김정호에 대한 기록은 그가 남긴 지도와 지리지가 전부다. 부족한 역사적 자료를 메우기 위해 영화에 많은 상상력이 가미된 것이 사실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두고 안동 김 씨 가문과 흥선대원군(유준상 역) 등 당시 권력자들과 대립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역사왜곡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김정호가 지도 제작 과정에서 관의 핍박을 받았다는 부분도 역사학계에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한 부분이다. 또한 김정호에 대한 사료가 적은 만큼 식민사관에 기초한 서술에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강우석 감독은 “김정호가 지도를 대량보급하려 했던 사실과 과정을 중점으로 영화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영화·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대중이 역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강력한 소비도구다. 영화·소설 등 콘텐츠에 도입된 ‘팩션’이 역사적 사건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허구’이기 때문에 역사를 지나치게 볼거리로 전락시켜 대중적으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사학사학보 32집’에 실린 ‘역사 다큐멘터리의 미학적 쟁점과 전망’이란 논문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관객은 미적이고 주관적인 체험을 통해 수많은 역사적 진실들을 생산한다. 미적 텍스트는 관객의 쾌와 감을 유발해 다양한 의미가 교환되고 논의되는 장(공론장)을 활성화할 것이다.” 즉, 역사의 ‘왜곡’인지 ‘팩션’인지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역사를 바로 알고 생각해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은 잡코리아(유)에 있으며,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 합니다.

0 / 200

이벤트·혜택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