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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은행원의 제테크] 가기 싫은 술자리를 거절하는 방법

2020-08-17 09:00 9,472

        

   

수많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위해 술자리를 거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공유한다. 일단 숨을 들이마셔 복압을 높인다. 동시에 허리가 구부정하지 않도록 똑바로 편다. 그다음 그들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안타깝지만 오늘은 볼링 쳐야 해서 안 되겠네요. 다음에 하시죠”라고. 혹시 볼링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배드민턴이나 꽃꽂이나 혹은 클럽에 디제잉 연습하러 간다고 이야기해도 상관없다. 정말이지 뭐라고 이야기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우물쭈물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복성으로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리게 그들에게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다.


“싫다”고.

이 방법을 찾은 다음 나는 꽤 평탄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퇴근이나 휴가, 갈굼 같은 요소들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부조리에 대해서는 싫다고 거부의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더 이상 나를 물로 보지 않고 나를 존중한다. 나는 나의 이 노하우를 직장생활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전과 같이 그들에게 짓밟히다시피 하며 지질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싫다’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저토록 잔혹한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는 T 호르몬과 M 호르몬이 부족한 것이다. 직장생활뿐만이 아니다. 나는 생로병사와 행복과 성공,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이 두 호르몬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T 호르몬은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의미한다. 그러나 T 호르몬이란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호르몬은 아니다. T 호르몬을 위한 운동은커녕 이들은 잦은 야근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면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M 호르몬이 남는다.

 

 

M 호르몬이 주는 힘

 

내가 처음 M 호르몬의 존재를 깨닫게 된 것은 2016년 금융권 총파업 때였다. 이날 나는 완벽하고도 처참하게 박살 난 파업에 참석했다. 처음으로 직장에서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실제로 나는 그날 핸드폰으로 신문사로 이직하는 방법을 찾아봤다. 쉽지는 않아 보였다. 나는 그날 계산기로 내가 처한 상황을 계산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아무런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더이상 미쳐 날뛰지 않았다. 아래는 당시 내가 했던 생각과 계산의 일부이다.

당시 나는 4년 전 결혼한 상태였다. 결혼식이 끝나고 모든 축의금과 비용을 정산했을 때 나에게 남아있는 돈은 5백만 원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나 파업에 참석한 시점에 나는 3억 원을 모아둔 상태였다. 우리 부부의 세후 합산 소득은 9천만 원 정도였다. 이것은 우리 부부가 매년 평균적으로 생활비를 사용하고 남은 돈 7.4천만 원을 저축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과거 4년 동안 9천만 원 중에 7.4천만 원을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1년에 1.6천만 원이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돈 3억 원을 감안하면 내일 당장 사표를 쓰고 회사를 뛰쳐나가도 19년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계산:
○ 누적 저축액 3억 원 / 결혼생활 4년 = 연 환산 저축액 7.4천만 원
○ 세후 소득 9천만 원 - 연 환산 저축액 7.4천만 원 = 연 필요 생활비 1.6천만 원
○ 누적 저축액 3억 원 / 연 생활비 1.6천만 원 = 무소득 생존 가능 연수 19년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딱 잡아 이야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뒤에서 비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비웃음은 불쾌한 것이지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여기에는 당시까지 모은 3억 원이 큰 작용을 했다. 하지만 결코 내가 모은 3억 원이 어마어마한 금액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3억 원은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돈이다. 그러나 3억 원은 나의 검소한 라이프 스타일과 콤보를 이룰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나는 검소하기 때문에 3억 원에 불과한 돈을 가지고도 앞으로 20년은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물가 상승이나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더 많은 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요소들은 내가 지금보다 급여가 낮은 다른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얼마든지 벌충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영화 극본을 쓰거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가 동시에 회사에서 잘린다는 최악의 가정조차 실현 가능성은 희박했다. 기껏해야 내가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지는 것, 생전 듣지도 못한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것, 만년 과장으로 초라하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정도가 아마도 내가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나는 그것이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상사의 인사권이
생사여탈권이 되지 않도록

 

대다수의 사람들이 절제하지 못하고 절약하지 못하며 당연히 돈을 모으지 못한다. 현재의 연봉이 얼마이건 막대한 부채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의 직장을 떠나서 10년은커녕 1년도 생존할 수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런 사람에게 상사가 가진 인사권은 생사여탈권이 된다.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 밑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상사의 변덕스러운 짜증이나 투덜거림에도 마치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걱정하고 괴로워한다.

악순환이다. 이런 일상을 살아가는 가정은 보상심리의 일환으로 아이에게 상식 이상의 교육비를 쏟아붓고, 마트에서 필요 이상의 물건을 구매하며, 과도한 해외여행이나 맛집 탐방으로 돈을 소진하게 되어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 이들은 나이가 들고 지출이 늘어날수록 직장을 떠나서는 하루도 더 살 수 없는 처지에 몰리고 만다. 삶의 가장 큰 꿈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지만 당장은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회사에 남아 근무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 순간 직장은 지옥이 된다. 일본인들은 이들을 회사 인간 또는 사축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무릇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상황은 양성 순환 고리(Positive Feedback Loop)로 작용한다. 처음에는 머뭇머뭇 당신을 갈구던 사람들은 당신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습함으로써 더 큰 부당함과 갈굼을 당신에게 쏟아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을 막 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가서 이렇게 주문을 외워보자.

‘동귀어진(同歸於盡)’이라고.

당신을 괴롭히는 상대방이 “직장은 전쟁터고 직장 밖은 지옥”이라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100% 다. 당신의 이 마법 같은 주문에 상대는 꼬리를 내릴 게 분명하다. 그에게는 갚아야 할 산더미 같은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 생활비를 지원해줘야 할 처자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직장을 떠나서는 한 달도 살아남지 못할 위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조던 B.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첫 번째 장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를 좋아한다. 우리가 허리를 똑바로 펴야 하는 이유,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고 저항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물어뜯을 수 있다면, 물어뜯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정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 순진해서 남에게 쉽게 이용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공격성을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제한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정의로운 분노마저 표출하지 못한다. 예컨대 당신이 누군가를 물어뜯을 수 있다면, 물어뜯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공격성과 폭력성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공격 능력을 실제로 사용할 일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초기부터 단호히 거부하고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면 가해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행동에도 제약을 받는다. 폭력성은 한번 나타나면 거침없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 능력이 없고 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 역시 쉽게 착취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중에서

 

이토록 명료하고 논리적이며 삶에 도움이 되는 책의 구절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분노하는 것, 부당한 처사에 저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나 당신에게나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T 호르몬과 M 호르몬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호르몬이 충만한 사람은 회사에서 면피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당신 주변에 넘쳐나는 듣기 싫은 소리들에 대해 더 당당하고 확실하게 당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싫다”고.

그때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필자 ㅣ  B형 은행원

필자 약력

- 36세 은행원, CFA, 여신심사역, 외환전문역
- <부자들은 모두 은행에서 출발한다> 저자
-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과 모이지 않는 돈으로 고민하는 직장인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B형 은행원이 들려주는 재테크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브런치유튜브, 네이버 블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B형 은행원의 제테크] 시리즈는 3주마다 월요일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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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코리아 김가현 에디터 kimg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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