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등학교까지는 별다른 특징 없이 그저 열심히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습니다만,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함께 떠난 일주일간의 일본 자유여행이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원하지 않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졸업 기념 겸 기분전환을 하자는 생각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주일간의 도쿄 여행계획을 짜고 실행했습니다. 일행 중에서 약간이나마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었기에 친구들의 가이드 역할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이 여행에서 저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넓은 세상에 대한 인식이었습니다. 단순히 ‘신기한 다른 나라’에 갔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생활양식과 상점이나 거리의 모습 등등을 보면서 ‘왜 우리와 다른가’ 에 대한 의문을 갖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귀국 후에 그 의문의 답을 스스로 알아보고 공부하면서, 그 때까지 제가 알던 진로와 가능성 이외에도 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일본어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타 문화권의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책임감이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에서 미숙한 언어능력을 가지고 친구 네 명의 소중한 여행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제 행동의 결과가 저 자신에게만이 아니라 타인에게도 귀속된다는 것은 그전까지는 겪어 본 적이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현지에서 당황하는 일이 최대한 없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획을 짜고, 현지에서 일정에 사소한 트러블이 생겼을 때에도 제일 먼저 나서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여행을 관리하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 결과 다툼이나 시간 낭비 없이 여행이 끝났고, 맡은 바 일을 완수함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의 소중함을 느껴 이후 대학 생활을 하면서도 동아리의 임원직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낯선 일, 처음 해 보는 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 겁내기보다는 도전적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본전공인 경제학에 더하여 법학, 행정학, 정치학을 모두 수강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이중전공을 택하면서도 학점관리의 어려움보다는 도전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였고, 대학 마지막 학기에는 로스쿨과 국내 취업, 일본 취업에 모두 도전하는 힘든 길에 도전하면서도 로스쿨에 합격하고 일본에 최종 면접을 보러 가는 등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이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