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손으로 축제까지
고등학생 2학년 때, 동아리로 전산부에서 활동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회비를 모아 학기말에 있는 축제에 대비했습니다. 이 회비에 대해서는 동아리 부장이 통장을 개설해서 총괄적으로 수금하고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저희는 축제가 시작되기 2주 전에 모여 어떤 행사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습니다. 그 결과 소정의 상금을 건 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상금의 액수와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 조사하고 예산을 짰습니다. 그동안 모은 회비가 충분했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문제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부장에게 필요한 경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아둔 회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비의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 그렇게 행사 하루 전이되었을 때, 부장은 공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서 남아있는 금액이 없다는 것을 시인했습니다. 당장 내일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 공금을 다 썼다는 이야기에 부원들은 황당하고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행사는 치러야 했기 때문에 사비를 각출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자재들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공고한 상금을 제외하고 나니 최소한의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계획했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최소한의 금액으로 준비했습니다. 고가이지만 꼭 필요한 물건의 경우에는 타 동아리에 가서 남는 것을 빌리는 방법을 통해 하나씩 끌어 모아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축제 당일, 준비했던 대회는 원래 계획에 비하면 조촐했지만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부장이 반납한 공금을 통해 개인적으로 각출했던 사비에 대해서도 다시 돌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회계와 감사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으며, 자질 없는 리더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