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같은 사람.]
`로마인은 다른 민족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로마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한 말입니다. 로마가 2200년 동안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던 힘은 관용이었습니다. 정복당한 나라의 신조차 자신들의 신으로 모시고 피정복민 출신의 황제가 줄을 잇던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저를 관용이 있는 로마 같은 사람으로 자랐다고 하고 싶습니다.
처음 관용의 자세를 갖추게 해준 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 선생님이셨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친구와 크게 싸운 뒤 저를 교무실로 부르신 담임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세 번 참고 타인을 용서하려고 노력해보렴.” 이런 담임선생님의 진심이 담긴 말이 어린 저에게 통했었고 아직도 그 말을 잊지 못합니다. 그 후로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일어나 화가 나도 세 번 용서하고 화를 식힌 상태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갈등을 원활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융합되는 시대에 전자제품의 연구개발에 있어서 협업은 필수요소입니다. 당연히 협업 시 생길 수 있는 갈등도 많아질 것입니다.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관용의 자세입니다. 그러므로 관용의 자세를 갖춘 저는 삼성전자의 개발원의 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베르누이가 선사해준 희열과 길.]
베르누이는 제 생에 큰 영향을 준 또 다른 인물입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 브라질 카를로스는 강력한 아웃프런트킥으로 프랑스 골망을 갈랐습니다. 그의 프리킥은 마치 UFO같이 곡선을 그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까지 UFO 킥이라는 이름으로 회자합니다.
그 프리킥에 반해 매일 UFO 킥을 연습하다 고등학교 때 문득 공이 휘는 원리가 궁금해졌습니다. 공이 휘는 상황을 그동안 배운 운동방정식에도 대입해보고 에너지 보전법칙에도 적용해봤지만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축구를 하다가도, TV에서 축구를 보다가도 그 궁금증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에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베르누이의 법칙을 배웠을 때, 이 법칙이라면 UFO 킥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법칙을 휘어나가는 공에 적용하니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18세기 베르누이가 만든 법칙이 오랫동안 탐구하던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짜릿한 첫 경험을 선사해준 것입니다. 이것이 베르누이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 여기는 까닭입니다.
베르누이가 선사해준 경험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막연했던 저에게 연구개발원이라는 길을 정해주었습니다. 연구개발원의 기본인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이 저의 적성과 맞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업무를 끈기 있게 탐구하고 그 끝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삼성전자의 연구개발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