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효율을 높이다]
군대에 복무하고 있을 때, 병사들의 상담을 위해 군 외부에 있던 상담전문가를 내부, 즉 병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소대 내의 같은 병사를 상담가로 두자는 관점으로 일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군 복무 중 각종 사건, 사고들이 줄을 이었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옆 소대에서 따돌림으로 인한 탈영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저는 대부분의 사고는 개인의 고민과 갈등의 심화로 인해 일어난다고 생각했고, 함께 소통하며 고민을 나눌 상담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 당시 상담체계는 각 소대장들이 판단하여 상담이 필요한 병사들을 모은 후, 외부 상담전문가에게 위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과 일회성이란 점에서 비효율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소대 내의 병사가 교육을 받은 후 상담가의 역할을 수행하자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것이 연대장님께 전달되어 긍정적 반응을 얻어 소대마다 상담병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첫째, ‘상담 요청함’을 만들어 간부가 아닌 상담병사만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담하는 동안 계급 차이를 두지 않는 원칙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상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고민 나눔함’을 만들어, 익명으로 자신의 고민과 답답함을 시원하게 토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둘째, 개인 관찰일지를 만들어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군대는 24시간 동료와 함께 머물며 생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상대를 관찰할 수 있었고, 장기간에 걸쳐 상대의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관찰일지를 토대로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찾아가는 상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연대장님이 소대에 포상휴가를 몇 장 주셨고, 외부에 문제가 있던 여러 친구들을 휴가 보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대 최우수 상담병사로 표창과 함께 포상을 수여했습니다.
편찮으신 할머니를 홀로 두고 입대했던 후임이 휴가를 갔다 와서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얘기하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눈물로 인해 작은 관점의 변화가 일으킨 긍정적 결과를 실감하고, 매사 다방면으로 생각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